[오산=남정훈 기자] 딱 한 끗 차이. 지난 시즌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지난 3월18일 홈인 수원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최종전에서 한국전력은 승리도 필요 없었다.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해 승점 1만 챙겨도 봄 배구를 할 수 있었다. 승리하면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서 홈 어드밴티지까지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세트 스코어 0-3 셧아웃 완패였다. 이날 경기로 KB손해보험이 승점 3을 추가해 승점 58로 3위, 우리카드가 승점 57로 4위, 한국전력은 승점 56에 그대로 머물며 5위가 됐다. 딱 한 끗 차이로 봄 배구에 탈락했으니 그 충격은 더 컸다.
결국 한국전력은 리더십의 변화를 택했다. 과거 OK저축은행에서 수석코치와 감독을 역임했고, 이후 해설자와 대표팀 지도자 등으로 자신을 갈고 닦고 있던 석진욱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모셔와 팀 체질 개선을 꾀했다.
과감한 투자도 했다. 세터진 보강을 위해 FA 자격을 얻은 이민규에게 연봉 6억(보장 5억5000만원+옵션 5000만원)을 안기며 데려왔다. 내부 FA였던 세터 하승우도 눌러앉혔다. 그 과정에서 쏠쏠한 아웃사이드 히터 김정호를 보상선수로 OK저축은행에 내줘야 했지만, 이미 팀 내에 윤하준, 방강호 등 유망주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있다는 계산에 보호선수에서 풀었다.
V리그 내 남자부 7개팀에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팀인 한국전력은 다가올 2026~2027시즌에 봄 배구를 넘어 챔프전 진출, 우승까지 바라본다.
석진욱 감독은 12일 경기도 오산의 한국전력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차기 시즌에 임하는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석 감독이 부임 후 가장 신경 쓴 건 팀 분위기 변화다. 그는 “팀에 온 지 6개월이 됐는데 여러 변화를 줬다. 특히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면서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공을 컨트롤하는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집중하면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냥 웃는 분위기만 만든 건 아니다. 훈련량 자체는 엄청 많았고,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엄격하게 관리했다. 석 감독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 뒤에는 선수들의 태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강하게 피드백하면서 고쳐 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구단 역사상 첫 챔프전 진출, 그리고 우승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가올 시즌에도 양강을 형성할 것이라 평가받는 대한항공-현대캐피탈의 공고한 카르텔을 깨야 한다. 석 감독은 “결국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을 이겨야 한다. 현상 유지가 아닌 강팀을 어떻게 이길지 훈련 중”이라면서도 “다만 외국인 아포짓 쇼와 아시아쿼터 우스만의 합류가 늦었다. 세터와의 호흡이 아직 완벽하진 않다. KOVO컵에서 손발을 더 맞춰보고, V리그 1~2라운드에서도 조금 헤맬 수도 있다. 초반 1~2라운드만 잘 버텨낸다면 3라운드부터는 호흡이 잘 맞아들어 갈 것이다. 초반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다가올 한국전력의 성적은 결국 이민규-하승우로 이어지는 세터진의 반등이 절실하다. 이민규는 “승우와 서로 의지하면서 훈련하고 있다. 둘 다 A팀에서 훈련을 하며 주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승우는 스타일이 거침없다. 빠르게 쏘는 모습을 보며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하승우도 “민규 형이 우리 팀에 처음 왔으니 공격수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연습하면서 서로 경쟁도 하고,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그러면 우리 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팀 내 최고참이자 ‘유일한 40대 선수’인 신영석은 “40대지만, 아직 심장은 20대처럼 뛰고 있다. 지난 시즌 승점 1 때문에 봄 배구에 못 가서 힘든 시간이 길었다. 간절함에 절실한까지 더 해진다면 다가올 시즌에는 반드시 봄 배구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011∼2012시즌부터 한국전력에서 뛰고 있는 팀의 상징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서재덕은 리그에 몇 남지 않은 1980년대 출생 선수 중 유일하게 챔프전에 뛰어보지 못한 선수다. 챔프전 무대 진출 자체가 절실하다. 서재덕은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면 팬 분들이 제게 무엇을 시키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가고 싶다. 지금도 챔프전에서 뛴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