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대장암에서 암세포들이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서로 다른 유전적 변화를 축적하며 진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분열 속도가 느리거나 휴면 상태에 있는 암세포는 항암제 관련 유전적 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치료 이후에도 살아남는 암세포의 특성을 이해하고 치료 저항성과 재발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암센터는 대장암센터 김번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진이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전이성 대장암의 진화 과정을 단일 암세포 수준에서 분석했다고 13일 밝혔다.
전이성 대장암은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진 뒤에도 치료 과정에서 유전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여러 암세포가 섞인 종양 조직을 한꺼번에 분석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암세포가 어떤 변화를 거쳐 살아남고 진화하는지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이성 대장암 환자 6명의 원발암과 전이암 조직에서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를 구축했다.
오가노이드는 환자의 종양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만든 모델이다.
연구진은 오가노이드에서 단일 암세포를 분리해 각각 배양한 뒤 개별 세포 계통의 유전적 특성을 비교했다. 이어 오가노이드 클론과 18개 종양 조직의 전장유전체를 분석하고, 암세포가 유전적 변화를 축적해 온 과정을 계통수 형태로 재구성했다.
분석 결과 전이성 대장암의 암세포들은 하나의 동일한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포 계통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유전적 변화를 축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분석한 사례에서 전이암 세포들이 암 진행 과정에서 형성된 특정 세포 계통을 공통 조상으로 공유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일부 암세포 계통이 선택적으로 살아남아 전이에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항암치료가 암세포의 유전체에 남기는 흔적도 분석했다. 대표적인 항암제인 5-플루오로우라실(5-FU)과 옥살리플라틴을 투여받은 환자의 암세포에서는 세포당 평균 약 1400개의 항암제 관련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이는 전체 변이의 약 8%에 해당한다.
항암제 관련 돌연변이의 축적 정도는 암세포의 증식 속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에서는 항암제 관련 유전적 변이가 더 많이 축적된 반면, 분열을 멈추거나 매우 느리게 증식하는 휴면 상태의 암세포에서는 관련 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러한 결과는 암세포의 증식 상태에 따라 항암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적 변화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휴면 상태의 암세포는 항암치료 이후에도 살아남아 향후 재발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어, 치료 저항성과 재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종양 조직 전체를 분석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개별 암세포 계통의 유전적 변화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단일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암세포의 휴면과 치료 저항성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 환자별 항암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번 교수는 환자의 원발암과 전이암 조직에서 오가노이드를 구축하고 이를 단일 암세포 단위로 분리·배양해, 기존 종양 조직 분석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세포 계통별 유전적 차이와 치료 이후의 진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기능 연구를 확대해 암세포의 휴면과 치료 저항성의 관계를 밝히고, 환자별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