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람객 5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부 관람객의 무분별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선 왕실의 기록유산인 외규장각 의궤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을 비롯해 곳곳에서 낙서 흔적이 발견되면서 관람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 외규장각 의궤실 입구의 검은색 벽면 곳곳에는 특정 학교 이름과 방문자의 이름을 적은 문구, 하트와 웃는 얼굴 모양 등의 낙서가 남아 있다. ‘○○ 다녀감’이라는 문구도 확인됐다.
박물관 관계자들이 해당 낙서를 지우려 했지만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낙서에 등장한 학교는 경기 성남에 있는 한 중학교로 알려졌지만, 해당 학교 재학생이 낙서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낙서는 외규장각 의궤실에 그치지 않는다. 상설전시관 1층 선사·고대관 등 다른 전시장 벽면에서도 성인 남성의 정강이 높이쯤에 연필이나 볼펜 등으로 긁은 흔적이 발견됐다.
박물관은 학생 단체 관람 예약 누리집을 통해 학습지 필기를 금지하고 인솔 교사가 관람 예절을 사전에 교육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팸플릿과 에티켓 영상 등을 통해서도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다만 전시 공간이 넓고 관람객이 많은 만큼 현장에서 모든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박물관은 전시장 내 필기구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학생 단체 관람 과정에서 활동지를 활용하는 경우 필기구를 사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설가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낙서 사진을 공유하며 “해도 되는 행동인지 하면 안 되는지 구분 못 할 나이도 아닌데 학생들은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물관 측은 오는 12월 정기 휴관일에 맞춰 전시실 전체 도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낙서 흔적을 제거하고 전시 환경을 정비할 계획이다.
한편, K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8월 누적 관람객은 525만488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2만8979명보다 21.4% 증가했다.
이는 박물관이 지난해 10월 15일 기준 발표한 연간 누적 관람객 500만명 돌파 시점보다 한 달 반가량 빠른 기록이다. 2005년 용산 이전 이후는 물론 1945년 개관 이래 가장 빠른 속도다.
올해 관람객은 5월 300만명대를 기록한 뒤 7월 4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겹친 7월과 8월에는 각각 68만8443명, 77만1045명이 방문해 두 달간 145만명 이상이 박물관을 찾았다.
올해 1∼8월 관람객 가운데 내국인은 496만3424명으로 전체의 약 94.5%를 차지했다.
외국인 관람객은 29만14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7643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외국인 관람객 수인 23만1192명을 넘어선 수치다. 8월 한 달간 외국인 관람객은 6만6069명으로 집계됐다.
관람객이 몰리면서 박물관은 여름방학 성수기인 7월 27일부터 8월 17일까지 한시적으로 관람 시간을 1시간 연장하기도 했다. 1월과 2월, 8월에는 월 관람객이 70만명을 넘어서며 하루 평균 관람객이 시설 규모와 소방법 등을 고려한 적정 관람 인원인 약 1만5000명을 크게 웃도는 날도 있었다.
관람객 증가에는 여름방학 성수기와 함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뮷즈(MU)’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