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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뺄 수 있는데…비만약 ‘위고비’ 건강보험 적용 추진, 탈모약은 안 돼?

李 대통령 ‘검토 지시’ 10개월…비만약은 급여 심사대에, 탈모약 건보는 공론화 멈춘 채 ‘시간 두고 검토’
사진=AI생성 이미지
사진=AI생성 이미지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요양급여 결정신청서를 냈다. 2024년 10월 국내 출시 이후 환자가 약값 전액을 내 온 위고비에 건보가 적용되면 환자 부담은 줄어든다.

 

노보노디스크는 고도비만이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려고 급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가 가진 적응증 가운데 고도비만과 기존 심혈관질환, 청소년 비만 등이 급여 기준을 정할 대상으로 거론된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비만은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 여러 질환과 연관된 만성질환”이라며 “이번 신청은 특히 고도비만이면서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급여로 이어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심평원의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 평가와 건보 재정 영향 검토를 거쳐야 하고, 고도비만을 가르는 체질량지수(BMI) 기준과 동반질환 요건, 투여를 언제까지 인정할지 같은 세부 기준도 심사 과정에서 정해진다.

 

즉 급여가 결정되더라도 체중 감량을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는 환자 모두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누가 처방받을 수 있나

 

위고비는 식사 뒤 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호르몬을 본뜬 약이다. 뇌에서 식욕을 줄이고 위에서 음식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인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돼 비만 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국내에서는 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BMI 27 이상 30 미만이라도 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하나 이상 있으면 처방 대상이다.

 

청소년은 지난해 10월 허가가 넓어져 12세 이상이면 처방 받을 수 있다. 다만 BMI를 성인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 30 이상이면서 체중이 60㎏을 넘어야 한다.

 

◆ 마운자로 이어 국산 ‘에페’까지…가격 경쟁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8월 위고비 공급가를 내렸다. 용량과 관계없이 4주분 37만2000원이던 공급가를 용량별로 달리 매기면서 가장 낮은 용량은 21만6000원으로 낮췄다.

 

당시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었고, 마운자로는 같은 달 국내에 들어왔다.

 

한미약품도 국산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해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산 신약으로는 45번째다.

 

업계에서는 이번 급여 신청을 후발 약들과의 가격 경쟁에 대비한 대응으로 보고, 국내 비만치료제 가격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검토 지시’ 받은 탈모약은?

 

비만약과 탈모약은 지난해 12월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함께 건보 적용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탈모 치료제의 건보 적용 검토를 주문하며 “급여로 관리하면 약가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만 치료제의 급여 적용도 검토하라며 “청년들은 보험료는 지불했는데 혜택이 없어 소외감이 크다”고 했다.

 

당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원형탈모는 의학적으로 인정을 받고 급여를 적용하지만 유전적 탈모는 미용적 이유로 비급여를 적용한다”고 답했다.

 

열 달이 지난 지금 비만약은 제약사가 ‘만성질환’을 내세워 급여 심사를 청한 단계까지 왔지만, 미용 목적으로 분류돼 온 유전성 탈모의 급여 확대 논의는 공론화 문턱에서 멈췄다.

 

지금 건보가 적용되는 탈모는 원형탈모증처럼 면역계가 모낭을 잘못 공격해 생기는 병적 탈모다. 노화나 유전으로 생기는 안드로겐성 탈모는 치료비를 환자가 모두 낸다.

 

복지부는 지난 7월1일부터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가 먹는 약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에도 건보를 적용하고 있다.

 

안드로겐성 탈모약은 끊으면 다시 빠진다. 행정안전부가 탈모 급여 토론회 참가자를 모으며 낸 설명 자료는 이 탈모 치료제가 효과를 보려면 6개월 이상 써야 하고, 중단하면 3∼6개월 안에 다시 탈모가 진행돼 평생 비용 부담이 생긴다고 적었다.

 

치료 기간이 길어 중도에 포기하거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로로 약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도 붙였다.

 

◆ 토론회 닷새 앞두고 멈춘 공론화

 

정 장관은 지난 6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탈모 치료 건보 급여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건보재정이 얼마나 들어갈지 실무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청년기본법상 청년인 20∼34세를 중심으로 급여화를 검토했다.

 

재정 소요도 쟁점이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심평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의사 처방이 필요한 탈모 치료제 공급액은 2568억원이었다.

 

여기에 본인부담률 30%를 단순 대입하면 건보가 한 해 약 1797억원을, 50%를 적용하면 1284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추산이다. 지난해 탈모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23만7009명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7월4일로 잡혀 있던 국민참여 토론회를 닷새 앞둔 6월29일 “탈모 급여 확대를 주제로 한 토론회 추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토론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탈모 급여 확대에 대한 여러 입장이 충분히 제기된 점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공론화하더라도 탈모 의제만 단독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청년들을 위해 건강보험을 어떤 식으로 쓰는 게 나을지 탈모를 포함해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