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교과의 기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채점을 정확하게 하지 못합니다.” (중학교 국어교사 A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논술형 평가를 경험한 교사 10명 중 6명 이상은 AI의 채점 결과를 다시 확인하느라 업무가 오히려 늘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는 지난달 7~30일 전국 중등교사 24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서·논술형 평가 실태 및 수능 도입 교사 인식’ 설문조사에서 AI 채점 또는 평가 지원을 경험한 교사 734명 중 64.1%는 AI 결과를 다시 확인하느라 업무가 오히려 늘었다고 답했다고 13일 밝혔다.
응답자 중 36.3%는 채점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지만 AI와 교사의 판단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는 응답은 77.4%에 달했다. AI 채점 결과를 신뢰할 수 있었다는 응답은 14.6%에 그쳤다.
앞서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AI 활용 방안 등을 놓고 공론화를 진행해 왔다. 서·논술형 평가 도입 논의는 객관식 중심의 시험이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 반대한다는 교사가 73.5%에 달했다. 충분한 준비 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16.7%, 일부 교과에 한해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6.5%였으며 찬성은 1.8%에 그쳤다.
‘학교 내신’의 서·논술형 평가 방향에 대해서는 교과와 학생의 특성에 따라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이 47.8%로 가장 많았다.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은 26.9%, 필요한 교과·영역에서만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11.5%였다.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0.4%였으며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서·논술형 도입 시 예상되는 문제로는 채점 공정성 논란 증가(84.5%)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의신청·법적 분쟁 증가(78.5%), 첨삭·답안 작성 사교육 증가(66.3%), 학생의 입시 부담 증가(64.5%), 지역·학교·가정환경에 따른 격차 확대(57.6%)가 뒤를 이었다.
이미 서·논술형 평가를 시행 중인 일부 학교에서는 채점 관련 민원을 우려해 사실상 정답이나 핵심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등학교 과학 교사 B씨는 “현재는 학부모 민원 문제로 말만 서·논술형이고 실제로는 빈칸 채우기(키워드 채점)로 운영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채점 관련 이의신청이나 민원을 직접 경험한 교사는 48%였다. 직접 경험하거나 동료의 사례를 목격했다는 응답은 87.8%에 달했다. 이들이 꼽은 민원 대응의 어려움은 부분점수·감점 기준에 대한 설명, 반복적인 점수 변경 요구 대응, 감사·행정심판·행정소송 등 분쟁에 대한 불안 순이었다.
중등교사노조는 “이미 시행 중인 평가의 채점·민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비중부터 늘리는 것은 준비가 아니라 부담의 확대”라면서 “대학 서열과 치열한 입시 경쟁을 그대로 둔 채 평가 방식만 바꿔서는 점수 경쟁과 분쟁을 줄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