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결승선을 약 500m 앞두고 쓰러져 숨진 20대 여성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연구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대학원생 유지원씨로 알려졌다. 연구와 수업을 마친 뒤에도 달리기에 매진했던 고인의 생전 인터뷰가 재조명되면서 러닝 동호인과 네티즌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서울레이스 조직위원회(조직위) 등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11일 오전 8시49분쯤 열린 ‘2026 서울레이스’ 하프코스에 참가했다가 20.6㎞ 지점에서 쓰러졌다. 하프코스 공식 거리인 21.0975㎞를 고려하면 결승선까지 약 500m를 남겨둔 시점이었다.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유씨는 119 구급차로 의료기관에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조직위는 지난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갑작스러운 슬픔을 마주하신 유가족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유씨는 지난 3월 공개된 러닝 관련 유튜브 인터뷰에서 자신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AI 반도체를 연구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2022년 달리기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기록 단축에 도전했다.
유씨는 오전 9시 연구실에 출근해 연구와 수업을 마친 뒤 오후 8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달렸다. 운동 후에도 할 일이 남아 있으면 다시 연구실로 돌아갔다. 당시 인터뷰 진행자가 “인생이 연구와 러닝밖에 없으시네요”라고 묻자 유씨는 “그런 거 같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진행자는 그를 마라톤계에 등장한 ‘혜성’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유씨는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4월 열린 군산새만금마라톤대회 10㎞ 마스터즈 여성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고인의 생전 인터뷰 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추모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름다운 러너이자 국가의 훌륭한 인재였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 “너무 속상한 소식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늘에서는 아프지 않고 마음껏 달리길 바란다” 등의 글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