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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空)수처’ 돼 가는 공수처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여야가 고위공직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당시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제도 개혁을 ‘미끼’ 삼아 몇몇 소수 정당들과 야합해 공수처 신설 입법을 밀어붙였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결사 저지를 선언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의원들끼리 서로 다투던 중 폭력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결국 2019년 12월30일 공수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게임’은 민주당의 완전한 승리로 끝났다.

경기 과천에 있는 공수처 청사 모습. 뉴시스
경기 과천에 있는 공수처 청사 모습. 뉴시스

분이 덜 풀린 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는 위헌 기관”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우리 헌법은 범죄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 영장을 법관에게 청구할 수 있는 주체로 오직 ‘검사’(檢事)만을 명시했다. 1948년 정부 수립 그리고 검찰청 창설 이래 수십년간 검사란 곧 ‘검찰청 검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하며 검사 집단을 둘로 나눴다. 야당은 이것이 헌법 위반이란 주장을 폈으나, 2021년 헌재는 “공수처법은 합헌”이라고 최종 결정해 논란을 종식시켰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이 공수처 설치에 그토록 매진한 명분은 ‘검찰권 분산’이었다. 검사 집단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니 그 권한 일부를 떼어내 공수처에 넘김으로써 ‘검찰 힘 빼기’를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에선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라는 공수처 본연의 기능은 신생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넘기고, 공수처는 판·검사 및 경찰관 비리 ‘감시’에만 전념토록 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이 공수처 설립에 쏟아부은 정열을 감안하면 쉬 이해가 안 된다. 검찰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만큼 애초 검찰 대항마로 키운 공수처도 더는 쓸모가 없게 됐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인가.

오동운 공수처장(왼쪽)이 13일 국회 법사위의 공수처 국정감사 개시에 앞서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오동운 공수처장(왼쪽)이 13일 국회 법사위의 공수처 국정감사 개시에 앞서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물론 2021년 1월 출범해 어느덧 5년을 훌쩍 넘긴 공수처의 초라한 성적표를 보면 ‘이런 기관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13일 공수처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선 이제껏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 8건 중 6건이 법원에서 퇴짜를 맞아 발부율이 25%에 그친 사실이 드러났다. 법률상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이고 3차례 연임을 거쳐 최장 12년까지 재직이 가능하다. 하나 그동안 임용된 검사 46명 중 25명(54%)이 의원면직을 택해 공수처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퇴직 검사의 평균 근속 기간을 헤아려보니 고작 2년에 불과했다. 공수처가 사실상 ‘공(空)수처’로 전락한 책임은 대체 누구한테 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