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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의사의 독설·사랑에 빠진 밀정… 흥미진진 안방극장

SBS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칼퇴’하는 용역의사의 거침 없는 언행
수술 실력으로 권력 맞서 통쾌함 선사
“日 원작 한국적 현실에 연결 시도 보여”

tvN ‘100일의 거짓말’
일제 때 독립운동 소재에 로맨스 결합
밀정의 총독부 잠입 서사 긴장감 고조
시대 현실 속 인물들의 선택·감정 눈길

SBS와 tvN이 공들여 준비한 올해 대표작이 주말 안방극장에서 맞붙었다. SBS가 지난 9일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를 선보인 데 이어 tvN은 이튿날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을 내놨다. ‘닥터X’는 수술 실력으로 병원의 위계를 뒤집는 통쾌함을, ‘100일의 거짓말’은 신분을 숨긴 채 조선총독부에 잠입한 밀정의 첩보전이 주는 긴장감을 내세웠다.

공개 첫 주 성적은 ‘닥터X’의 판정승.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닥터X’는 첫 회 11.4%에서 2회 14.9%로 시청률이 올랐다. ‘100일의 거짓말’도 첫 회 5.3%에서 2회 7.6%로 상승했지만 ‘닥터X’에는 미치지 못했다.

SBS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와 tvN ‘100일의 거짓말’이 각각 지난 9일과 10일 첫 방송을 시작하며 주말 안방극장 경쟁에 나섰다. 두 작품은 메디컬 느와르와 첩보 로맨스라는 서로 다른 장르로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SBS·tvN 제공
SBS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와 tvN ‘100일의 거짓말’이 각각 지난 9일과 10일 첫 방송을 시작하며 주말 안방극장 경쟁에 나섰다. 두 작품은 메디컬 느와르와 첩보 로맨스라는 서로 다른 장르로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SBS·tvN 제공

◆‘닥터X’… 실력으로 병원의 위계를 뒤집다

‘닥터X’는 생사를 가르는 수술의 긴박감과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을 해결하는 천재 의사 등 전형적인 메디컬 드라마의 공식을 따른다. 환자를 살리는 데만 몰두하는 의사와 병원 내 권력을 좇는 의사의 대립 역시 ‘낭만닥터 김사부’나 ‘중증외상센터’ 등 인기 드라마에서 반복돼 온 익숙한 구도다.

‘닥터X’는 여기에 주인공 계수정(김지원)의 거침없는 언행을 한층 부각했다. ‘용역의사’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구서대 서남병원에 근무하게 된 계수정은 조직 논리에 함몰된 의사들의 면전에서 독설을 쏟아낸다. “돈 잘 벌고 출세하려고 공부만 한 인간들. 윤리고 신념이고 생각 없이 그저 멍청하게 똑똑한 인간들. 교수들 앞에선 엎드리고 환자들 앞에선 고개 쳐들고 교수 앞에선 아첨하고 간호사 앞에선 XX하고, 위 구린 건 못 본 척하고 자기 구린 건 시스템 탓이나 하고 자기들 편하자고 몸 관리는커녕 술기 관리도 제대로 안 해 손이나 떨지 않으면 다행인 저 늙은이한테 수술을 맡겨 놓는 너희 같은 무책임한 인간들”이라고 속사포 랩을 하듯 쏘아붙이는 식이다.

피 튀기는 설전을 벌이다가도 오후 6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한다. 기존 메디컬 드라마의 천재 의사들이 빈틈없는 수술 실력과 독설을 앞세우면서도 병원에 자신을 갈아넣는 ‘자기희생형’ 인물이었다면, 계수정은 국내 최초 의사용역소개소 장희숙(이정은) 소장을 통해 근무시간과 수당 등 정당한 노동조건을 분명히 요구한다. 그렇다고 의사로서의 본질을 놓치지는 않는다.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지 않으면서도 환자를 가장 앞에 두는 인물이다.

1, 2화에서는 병원장 부승권(손현주), 인턴 박태경(김우석) 등이 계수정의 ‘환자 우선주의’와 완벽한 실력에 반해 그를 응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으로 이들과 기존 병원 권력과의 대립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드라마는 2012년부터 7개 시즌에 걸쳐 방송된 일본 TV아사히의 인기 드라마 ‘닥터X-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를 원작으로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닥터X’에 대해 “일본 원작 특유의 강한 캐릭터성과 다소 과장된 표현을 한국적 현실에 연결하려는 시도가 보인다”며 “조직 내부의 성공만을 좇는 의사들을 향한 주인공의 비판이 통쾌함을 만들고, 의사에 대한 신뢰 문제를 환기하는 요소도 관심을 끈다”고 평가했다.

◆‘100일의 거짓말’… 사랑·의심 교차하는 첩보극

‘100일의 거짓말’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밀정이라는 소재에 사랑을 결합했다. 1932년 경성을 배경으로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과 조선총독부의 엘리트 통역관 사토 히데오·김태웅(박진영)의 관계를 그린다. 첫 회가 각자의 목적을 지닌 인물들을 배치했다면, 2회는 암살작전에 얽힌 비극적 과거와 두 사람의 재회를 통해 첩보 로맨스의 틀을 잡았다.

가경은 처음부터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영웅이 아니라 조선을 떠나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인물이다. 개인의 생존을 앞세우던 그가 타인의 고통과 시대의 현실을 마주하며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여기에 가경과 태웅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서로의 신분과 목적이 드러날 위험도 커지면서 극의 긴장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김현주와 진선규, 이무생 등 연기파 배우들이 맡은 주변 인물들은 각자의 상실과 선택을 통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보여준다.

정 평론가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인물들을 통해 익숙한 독립운동·밀정 소재에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며 “16부작으로 감정과 목적을 천천히 쌓아가는 만큼,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인물의 동기와 관계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