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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말 잘 들을 거지?” 참교육에 맘카페 난리…민속촌 ‘어둠의 오은영’ 앞에 줄 선 부모들

편식·떼쓰기 털어놓으면 귀신이 대신 약속 받아내…‘귀신 참교육’ 효과

“말 잘 들을 거니? 말 잘 들을 거야? ‘네’ 해야지.”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신부귀신으로 분장한 배우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이다. 부모가 아이의 편식이나 떼쓰기, 평소 말을 안 듣는 버릇을 귀신에게 털어놓으면 귀신이 아이 앞에 나서 “엄마 말을 안 들으면 잡아가겠다”고 겁을 준 뒤 부모 말을 잘 듣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런 장면을 담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잇따라 공유되면서 ‘귀신 참교육’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민속촌 ‘어둠의 오은영’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민속촌 ‘어둠의 오은영’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13일 민속촌에 따르면 한 여배우의 활약으로 부모들 사이에서 민속촌이 족집게 예절 학원으로, 육아 해결사로 입소문이 났다. 이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이름을 빌린 ‘어둠의 오은영’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영상 속 귀신들은 한국민속촌이 지난달 12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여는 가을 축제 ‘귀신사바 귀신놀이’의 캐릭터 배우들이다.

 

처녀귀신과 구미호 같은 전통 귀신을 본뜬 캐릭터들이 ‘귀신읍 속촌리의 초대’라는 콘셉트로 마을 곳곳을 돌며 관람객과 즉석 상황극을 벌인다.

 

색색의 등이 줄지어 걸린 나무 다리 위를 관람객들이 걷고 있다. 2020년 10월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밤에 촬영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제공
색색의 등이 줄지어 걸린 나무 다리 위를 관람객들이 걷고 있다. 2020년 10월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밤에 촬영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제공

◆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왔어요”

 

민속촌 입구는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들로 붐빈다. 부모들이 기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자녀와 민속촌을 찾은 관람객은 “‘어둠의 오은영’의 도움을 받아 편식이 심한 아이가 변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왔다”라고 말했다.

 

전날 현장에서는 맨날 싸운다는 두 아이가 신부귀신 앞에 섰다. 귀신이 “둘이 싸웠어, 안 싸웠어”라고 다그치다 “둘 중에 누굴 데려가나! 널 데려가야겠다”고 하자 아이들은 1분 만에 울며 화해했다.

 

귀신은 인사를 시킨 뒤 부모에게 “말 안 들으면 나한테 또 전화해요”라며 사후 관리까지 약속했다.

 

이에 광장 한복판에는 귀신을 만나려는 가족들이 긴 줄을 선다.

 

온라인에는 ‘무서울 게 없던 5세의 최후’, ‘민속촌 구미호 귀신 4살 참교육’ 같은 영상과 함께 후기도 올라온다.

 

해 질 무렵 한국민속촌 전경. 물길을 따라 기와집과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 뒤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2020년 10월 드론으로 촬영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제공
해 질 무렵 한국민속촌 전경. 물길을 따라 기와집과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 뒤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2020년 10월 드론으로 촬영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제공

◆ 귀신도 ‘오은영’을 찾아본다

 

격해 보이는 대사에도 나름의 공부가 들어 있다. 신부귀신을 연기하는 김도연씨는 “제가 어렸을 때 엄마한테 많이 들었던 잔소리를 기억해내서 ‘내가 어떻게 혼났었지’라는 것도 떠올려서 그것도 많이 써먹고, 오은영 선생님 같은 경우 많이 찾아 본다”고 말했다.

 

정해진 무대에서 같은 대사를 되풀이하는 공연과 달리 배우들은 관람객의 반응에 따라 대사와 연기를 그때그때 바꾼다. 부모가 “귀신한테 혼난다”고 농담을 던지면 귀신이 상황에 맞춰 한마디를 보태는 식이다.

 

‘훈육 귀신’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2024년 시작한 이 축제가 두 번째를 맞은 지난해, 처녀귀 역을 맡은 배우 정인혜씨가 부모에게 버릇없이 굴던 아이에게 다가가 “누가 이렇게 못되게 굴지?”라고 속삭이자 아이의 태도가 단번에 바뀌었다.

 

이 장면이 SNS로 퍼지면서 ‘훈육하는 처녀귀’ 같은 밈이 이어졌다. 정씨는 당시 “이런 잔소리나 훈육도 결국 사랑이 바탕에 있어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노랗게 물든 나무 아래 초가집들이 늘어서 있고 연못에 그 모습이 비친다. 2024년 11월 한국민속촌에서 촬영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김주원) 제공
노랗게 물든 나무 아래 초가집들이 늘어서 있고 연못에 그 모습이 비친다. 2024년 11월 한국민속촌에서 촬영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김주원) 제공

 

◆ 귀신은 낮 12시부터 마을을 돈다

 

한편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귀신 캐릭터(‘수상한 주민들’)는 월∼목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나온다.

 

이달(10월) 민속촌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이고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10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올해는 헤드셋을 끼고 귀신들과 춤을 추는 ‘신출귀몰 춤사위’가 새로 생겼고 ‘귀신 술래잡기’도 이어진다.

 

반려동물은 안내견을 빼고 들어갈 수 없다. 주말 정체를 피하려면 자가용보다 상갈역을 거치는 대중교통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