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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중대 갈림길에 선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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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협력·결속은 생존과 번영 위해 필수적
동맹 활력 되살리기 위한 진지한 고민 필요

최근 불거진 우리 정부 인사들의 방미 불발 및 미국 입국 제약, 한·미 간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논란,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통상·투자 관련 협상의 난항 등은 한미동맹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국가 간 관계에서 이견은 언제든 있을 수 있지만, 국제질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차이가 있다면, 더욱이 동맹 파트너 간에 이런 현상이 생겼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진 대외관계 인식과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패권은 유지되어야 하고, 이 맥락에서 미·중 전략경쟁을 비롯한 강대국 간 힘겨루기는 계속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러 지도자에 대해 친숙함을 강조하고, 트럼프·푸틴 간의 러시아산 경유 공급 딜이 이루어지는 등 강대국 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우위가 전제된 것이다. 둘째, 그렇기에 미국이 수립한 국제질서의 수호를 위해 동맹 파트너들은 부담 분담을 통해 비용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피아(彼我) 관계를 모호하게 설정하더라도 동맹 및 우방국들은 분명하게 미국을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거부감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의 대립 양상이 날로 격화되는 국제관계 현실에서 미국과의 협력 및 결속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8월 방미 시 이제는 더 이상 ‘안미경중(安美經中)’에 안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도 이러한 현실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가 과연 그에 충실한 대외정책을 펴왔는지는 의문이다.

공공연한 대남 적대의식을 반복적으로 표명하면서 지뢰 도발도 서슴지 않는 북한에 대해서는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체제면에서 유사성이 높은 우크라이나와 외교적 공방을 계속하는 기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마당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긴장을 완화하려는 정책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발언은 중국과 연대하고 있는 북한이라는 위협에 대한 관리 차원이지, 동맹 파트너도 북한에게 구애만 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억제 의지와 안보태세를 분명히 보여줘야 대북 협상력이 향상된다.

한·미 간의 마찰음은 그동안 주기적으로 발생해 왔지만, 현재 우리는 훨씬 더 심각한 갈림길에 와 있다. 과거 한·미동맹 내의 이견이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회색코뿔소’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동맹 균열은 위험을 알면서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고 추진하지 못해 위기가 발생하는 ‘흰색백조(White Swan)’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한 동참의 정도를 놓고 동맹국들의 가치를 분류하기 시작했고, 단기적인 상황 관리를 위해서라면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권위주의체제와도 타협할 수 있으며, 이러한 타협 카드에는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도 포함될 수 있다. 만약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한·미동맹과 대(對)주변국 관계의 ‘균형’을 지향하며, 그래서 때로는 한·미연합훈련, 전작권 등 동맹과 관련된 주요 요소들을 잠정적으로 희생할 수 있다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가 결합하면 동맹의 기본이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가 올해 8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과거에 비해 낮아졌지만, 조사 대상의 84%가 여전히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꼽았다. 한미경제연구소(KEI)가 10월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미국인의 71%가 북한의 한국 침공 시 미군이 한반도 방어에 투입되는 것을 찬성했다. 더 늦기 전에 동맹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