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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남을 이유 없어… 하나둘 서울·수도권으로 떠나가… 동료의 ‘빈자리’ [탐사기획-한국힙합 홍대에서 BTS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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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래퍼 활동 실태 설문조사

“지역서 활동 거점 옮겨” 43%
일부는 거주 지역 남아있지만
직장·집 이유 서울행 마음 접어
무대만큼 뮤지션간 연결 중요시

지역에서 랩을 시작한 청년 래퍼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으로 거점을 옮겼거나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지역으로 내려간 래퍼는 거의 없었다. 지역에 남은 이들이 꼽은 가장 큰 아쉬움은 무대도, 돈도 아닌 사람이었다.

세계일보가 전국 래퍼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래퍼 설문조사’를 13일 분석한 결과, 지역에서 음악을 시작한 53명 중 23명(43.4%)이 ‘서울·수도권으로 활동 거점을 옮겼다’고 답했다. 2명은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면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옮긴 이는 2명뿐이었다. 응답자의 66.3%(53명)가 현재 수도권에 산다. 조사는 웹 설문 방식으로 8월20일부터 9월21일까지 진행됐다.

떠난 이유는 인프라와 사람이었다. 지역에서 시작해 서울로 온 20대 초반 래퍼는 “공연장, 주위 사람들의 도움,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대면 교류 등 서울에 와서 잠깐 해 보니 많은 차이를 느낀다”고 적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어서 연을 쌓기 위해”, “지역 내 힙합 장르에 대한 혐오와 멸시 때문”이라는 답도 있었다.

남은 이유는 대체로 음악 바깥에 있었다. “직장이 지방이라”(대전·충청 20대 후반), “집과 직장이 있기에”(광주·전라 30대 초반)처럼 생계가 먼저였다. 경기·인천의 20대 초반 래퍼는 “서울로 가면 생활비를 내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럴 바엔 앨범에 쓰겠다”고 했다. 서울을 굳이 택하지 않은 이도 있었다. 대구·경북의 20대 초반 래퍼는 “내가 느끼는 서울은 너무나도 각박하다”며 “내가 지향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어서 남아 있기로 했다”고 썼다.

지역 활동의 아쉬움을 묻는 문항에서 가장 자주 나온 말은 ‘사람’이었다. “그냥 사람이 없다”(광주·전라 20대 후반), “교류할 사람이 별로 없다”(대구·경북 20대 초반), “좁다”(광주·전라 10대 여성)는 답이 이어졌다.

남은 래퍼들의 살림은 뜻밖에 수도권보다 나았다. 비수도권 거주 응답자 26명 중 8명(30.8%)이 최근 1년간 음악으로 500만원 이상을 벌었다. 수도권 거주자는 53명 중 3명(5.7%)에 그쳤다. 차이는 레슨·강의에서 났다. 비수도권 응답자의 42.3%가 레슨·강의를 주요 수입원으로 꼽아 수도권(13.2%)의 3배를 넘었다. 음악 수입만으로 생활한다는 5명은 모두 지역에 남은 래퍼였고, 전원이 레슨·강의로 생계를 잇고 있었다. 음악창작소·문화재단 지원을 받아본 비율도 비수도권(30.8%)이 수도권(11.3%)보다 높았다.

다만 이는 버텨낸 이들의 수치다. 비수도권 응답자 중 30대와 활동 10년 이상은 각각 30.8%로 수도권(15.1%, 13.2%)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젊은 래퍼는 이미 떠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사정이 넉넉한 건 아니다. 비수도권 응답자 중 정산이 크게 늦어진 경험은 34.6%로 수도권(17%)의 두 배였고,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경험도 19.2%로 수도권(9.4%)보다 많았다.

필요한 지원으로 비수도권 응답자들은 제작비와 유통·홍보 지원(각 57.7%)에 이어 선배 뮤지션과의 연결·멘토링을 무대·공연장과 같은 비중(46.2%)으로 꼽았다. 수도권 응답자들이 무대(66%)를 멘토링(35.8%)보다 훨씬 앞세운 것과 대비된다. 지역 래퍼에게는 무대만큼이나 사람과의 연결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그냥 사람이 없다”고 했던 광주·전라 지역의 한 래퍼는 하고 싶은 말을 묻는 마지막 문항에 이렇게 적었다. “친구 좀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