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기점으로 전쟁의 양상이 급변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고효율 소모성 드론이 고가의 전차와 함정을 무력화하는 실전 사례가 잇따르며 기존의 전쟁 패러다임과 방산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사람 대신 드론 수백대가 한꺼번에 떠올라 방공망을 뚫고 전쟁의 승패를 가르면서 드론은 이제 단순한 촬영용 기기를 넘어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됐다.
드론의 전략적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대한민국 드론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도약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2026 세계드론산업포럼’이 13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세계일보가 주최하고 첨단민군산업협회가 주관하며 경북도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드론 주권과 글로벌 시장을 향한 K드론(한국형 드론)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환경 속에서 K드론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제언들이 쏟아졌다.
이날 박정훈 세계일보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에서 보듯 드론은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이자 인공지능(AI)·반도체·통신·로봇 등이 집약된 국가전략산업”이라며 “기체 제조 중심에서 인공지능 기반 자율비행과 군집제어, 통합운용 역량으로 경쟁력의 핵심이 이동하는 만큼 자립형 드론산업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환영사에서 “자율비행과 피지컬 인공지능, 대드론 기술 등 드론은 국가 첨단산업의 중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도는 드론·방산·항공산업을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현장 중심의 실증 기반 확충과 핵심기술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희태 기자
◆기체 성능에 네트워크도 중요… 표준화 시급
포럼장에는 K드론의 기술력을 실물로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마련돼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원대남 디알원 드론센터 대표가 차량 적재함에 실려 전천후로 배치 가능한 무인 드론부터 농업·산업·스포츠용 드론까지 20여대의 기체를 직접 시연하듯 설명하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보였다.
본격적인 포럼에서는 미래전의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날카로운 진단과 대안이 쏟아졌다. 미래전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드론 산업의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개방형 표준 시스템 도입과 피지컬 인공지능 기반 기술 자립, 정부 차원의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글로벌 군용 드론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10.2%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군용 드론 시장 규모는 2024년 235억달러에서 2030년 421억달러로 예측됐다. 김창덕 남서울대 교수는 “미래전은 단일 플랫폼이 아니라 수십, 수백대의 기체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서로 소통하며 동시에 움직이는 지능의 네트워크와 체계통합 역량에서 결정된다”며 “우리 군도 미 공군의 개방형 무기체계 표준(A-GRA) 사례처럼 정부 주도의 개방형 표준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민간의 신기술을 신속하게 전력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의 생생하고 절박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윤남수 LIG디팬스앤에어로스페이스 항공드론산업부 팀장은 “국내 드론 개발 기업들은 11곳에 이르는 시험장을 전전하며 주말에만 고도 승인을 받아 비행 실험을 하는 등 안정적인 비행시험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중국의 부품 수출 규제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엔진과 모터,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타격이 우려된다”며 “공격용 드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소형 드론용 탄약이나 표준화된 규격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개발과 양산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신대섭 로보블럭시스템 대표는 “과거 중국에 100% 의존하던 핵심 비행제어장치를 국산화하는 등 기술 격차를 줄여가고 있지만 피지컬 인공지능 드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군 데이터 개방과 적극적인 인프라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K방산 연계 패키지 수출로 활로”
날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글로벌 공급망과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나왔다. 심철규 서울대 지능형무인이동체연구센터 실장은 “서방권의 공급망 및 사이버보안 규제가 날로 엄격해지고 있어 단순히 드론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까다로운 검증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2조원에 달하는 국내 공공 수요를 바탕으로 정부가 나서서 시험과 인증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국가적 공동 활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기진 건양대 교수는 현실적인 해외 공략법으로 K방산과의 연계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드론 단품만 가지고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에는 실전 배치나 인지도 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능이 입증된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K방산 베스트셀러 무기체계와 드론을 하나로 묶는 ‘원팀 패키지 딜’ 전략으로 동반 수출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조언해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날 포럼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더 진행되며 열띤 분위기가 이어졌다. 종합 토론에서는 박순길 첨단민군산업협회 이사가 좌장을 맡아 ‘대한민국 드론산업 도약을 위한 국가전략’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포럼에 참석한 산·학·연·군·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K드론의 미래는 단순한 시연 성공을 넘어 네트워크·모듈화·시험인증 등 국가적 역량 결집에 달려 있다”며 “범정부 컨트롤타워와 협력을 통해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극복해 세계 무대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기업 간 간극 해소 방안도 논의됐다. 김화중 지상정보여단 처장은 “육군 9개 부대로 확대된 실증 부대를 적극 활용한다면 기업과 군의 간극이 좁혀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