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를 평균 833만원 내고 1억1190만원을 받은 수급자가 2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급 기간은 21년 8개월이다. 납부액과 누적 수령액을 단순 비교하면 13.4배에 달한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납부액이 1000만원 이하이면서 누적 수령액이 1억원을 넘은 사람은 1만9972명으로 집계됐다. 납부액 1000만원 이하인 75만8893명 가운데 약 2.6%다.
이들의 평균 누적 수령액을 수급 기간 260개월로 나누면 월 43만원 수준이다. 실제 월 지급액은 수급 시기와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달라진다.
◆1000만원 이하 납부자 26.7%, 5000만원 이상 수령
납부액이 1000만원 이하인 75만8893명 가운데 누적 연금 수령액이 5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20만2486명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26.7%다. 해당 납부액 구간에 속한 수급자 4명 중 1명 이상이 5000만원 넘는 연금을 받은 셈이다.
납부액이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인 205만9542명 중에서는 129만4563명이 누적 연금 2000만원을 초과해 받았다. 비율로는 62.9%다.
이 가운데 329명은 누적 수령액이 2억원을 넘었다. 납부액과 연금 수령액의 격차는 국민연금 도입 초기의 낮은 보험료율과 높은 소득대체율에서 비롯됐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보험료율 3%·소득대체율 70%
국민연금이 처음 시행된 1988년 사업장가입자 보험료율은 3%였다. 당시 명목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70%였다. 보험료율은 1993년 6%, 1998년 9%로 올랐고, 소득대체율은 1999년 60%로 낮아졌다. 2008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인하됐다.
가입 기간에 대한 특례도 영향을 미쳤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과 1995년 농어촌, 1999년 도시지역 확대 당시 일정 연령 이상 가입자는 5년만 보험료를 납부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일반 노령연금의 최소 가입 기간은 10년이다.
연금액을 계산하는 방식도 장기 수급자의 누적 수령액에 영향을 준다. 국민연금은 과거 가입 기간의 소득을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의 가치로 재평가하고, 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에는 매년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지급액을 조정한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신규 수급자의 연금액 계산에 적용하는 1988년 재평가율은 8.528이다. 당시 월소득이 100만원이었다면 이를 2025년 현재가치인 852만8000원으로 환산해 올해 연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도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해 2.1% 인상됐다.
13.4배는 과거 납부한 보험료와 지금까지 받은 연금 총액을 단순 비교한 수치다. 물가 변동과 보험료 납부 시점을 고려한 실제 투자수익률과는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사회보험이다. 개인별 수익성을 따지려면 납부액과 수령액뿐 아니라 납부·수급 기간과 물가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험료율 올해 9.5%→2033년 13%…가입자 부담 증가
현재 가입자에게는 개편된 보험료율이 적용된다. 2025년 연금개혁에 따라 올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9.5%로 올랐다. 앞으로 매년 0.5%포인트씩 인상돼 2033년에는 13%에 도달한다.
월소득 300만원인 직장인의 본인 부담 보험료는 올해 14만2500원이다. 소득이 같다고 가정하면 2033년에는 19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사업주도 같은 금액을 부담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지난해 41.5%에서 올해 43%로 상향됐다. 새 소득대체율은 2026년 이후 가입 기간에만 적용된다. 이전 가입 기간이나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에게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국민연금 재정 전망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지난 9월 30일 공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국민연금 시나리오별 재정 전망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50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기금은 2069년 소진될 것으로 추정됐다.
기금운용수익률이 기본 가정인 연평균 4.6%보다 1%포인트 높아지면 소진 시점은 2082년으로 13년 늦춰진다. 수익률을 2%포인트 높인 시나리오에서는 전망 기간인 2120년까지 기금이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납부액과 수령액의 격차에는 제도 초기의 낮은 보험료율과 연금 지급 기준, 오랜 수급 기간이 함께 반영됐다.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전망은 보험료율과 가입자 수, 연금 지급 기간, 기금운용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