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폭력 사건의 부실 수사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숨진 피해자의 민감한 의료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의 엉성한 초동 수사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몰린 데 이어 책임 회피성 2차 가해까지 저질렀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13일 밤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남·북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선 ‘안산 주점 성폭력 사망 사건’을 둘러싼 수사 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안산의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10대 여성이 업주에게 성폭행당한 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다 올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안이다.
당초 경찰은 피의자 진술 등을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봤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이달 초 주점 업주를 불구속기소 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경찰이 자신들의 실책을 덮기 위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유포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경찰이 3월 말부터 유족조차 알지 못했던 피해자의 정신과 진료 이력과 복용 약물 성분을 (언론에) 흘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장 신청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핵심 증거인 폐쇄회로(CC)TV 원본 확보를 미루고 피의자 주장만 수용했으며,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마저 불송치를 결정했던 기존 수사팀에 다시 맡기는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법리 적용과 증거 판단 부실에 대한 질타도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성범죄 피해자 보호 수칙과 대법원의 심신상실 판례조차 적용하지 않은 명백한 엉터리 수사”라며 “최소한의 보호 조치만 했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역시 “담당 수사관은 CCTV 증거가 확실하다고 장담했으나 검찰에서 결론이 뒤집혔다”며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쏘아붙였다.
파장이 커지자 김홍근 경기남부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유가족에게)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 직무대리는 “수사 정보 유출 의혹과 부실 수사 경위에 대해 수사 감찰을 진행해 철저히 조사하고 상응하는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