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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지만 굳이?"… 1만명 공무원 세종오면 생각 달라질까? [100투더세종-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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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 살자면 꽤 만족스럽게 살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 정도로 괜찮은 도시구나 하고 마음이 바뀐 계기가 됐죠. 단, 조건이 있지만요.”

 

지난 9일 본 기자가 마련한 ‘국밥런’(“세종 오면 국밥 쏜다” 그 약속 지켰을까?…대망의 ‘국밥런’ 공개 [100투더세종-15] 참조)에 참가한 40대 직장 여성 김모씨의 말이다. 김씨는 이번에 자연 속을 달리고 곳곳을 둘러보며 세종을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깨끗한 거리와 여유로운 생활환경, 아이를 키우기에도 나쁘지 않은 주거환경까지. 생각보다 훨씬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였다.

 

그렇다면 세종으로 이사할 생각도 있을까. 본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굳이요?” 아니, 그렇게 좋은 도시라면서 왜일까. 혹시 아이 교육 때문일까 싶어 본 기자가 설명했다. “세종도 학생들의 교육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서울대 진학률이 서울에 이어 전국 2위일 정도로요.”(아이 교육 걱정에 세종행 망설이지만…서울대 진학률 전국 2위 [100투더세종-11] 편 참조) 그러자 김씨는 기다렸다는 듯 되물었다.

 

지난 9월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모습. 뉴시스
지난 9월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모습. 뉴시스

“그러니까요. 서울이 1등인데 굳이 2등에서요? 심지어 직장도 서울에 있는데?”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서울에 직장도, 가족의 생활 기반도 있는데 아무 연고 없는 세종으로 이사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김씨 역시 이번 국밥런을 계기로 세종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사까지 결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제 직장이나 남편 직장이 세종에 있다면 여기서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굳이 내려올 것까지는 없잖아요.” 결국 김씨가 말한 조건은 ‘직장’이었다.

 

9일 오전 세종에서 진행 중인 ‘한글런’ 마라톤 경기 모습과 주변 세종시 경관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독자 제공
9일 오전 세종에서 진행 중인 ‘한글런’ 마라톤 경기 모습과 주변 세종시 경관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독자 제공

“14년째 세종 사람 다 됐죠…그렇지만”

 

실제로 그 ‘직장’ 때문에 세종에 내려와 14년째 살고 있는 참가자도 있었다. 2012년부터 세종에 거주한 허정걸(43)씨다. 허씨는 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도 직장이 아니었다면 굳이 세종에 살지는 않았을 거예요”라며 웃었다. 처우가 좋은 직장에 채용되면서 세종 생활을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정착할 생각은 없었다. 몇 차례 서울로 이직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렇게 세종에 눌러앉았다.

 

처음에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퇴근 후 딱히 할 일도, 즐길 거리도 부족했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지역 축제와 여가 프로그램이 다양해졌고, 취미생활도 즐기게 됐다. 무엇보다 서울보다 여유롭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서는 뭘 하나 하려면 예약부터 전쟁이잖아요. 여기는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요. 환경도 깨끗하고요.” 그렇다고 서울 복귀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좋은 조건의 서울 직장이 생긴다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다만 직장 때문에 머물렀던 도시에 어느새 제법 정이 들었다며 웃었다.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이 발표된 13일 오후 세종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직원이 정부세종청사 부지 내 신축이 가능한 유보지를 가리키고 있다. 뉴시스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이 발표된 13일 오후 세종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직원이 정부세종청사 부지 내 신축이 가능한 유보지를 가리키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직장·가족…내려올 이유가 있다면

 

이날 국밥런에서 만난 서울 소재 공공기관 직원 양모(42)씨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수도권에서 태어나 자라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해 취업까지 한 양씨에게 서울을 떠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세종은 그저 ‘깡시골’이었다. 업무차 정부부처를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일을 마치면 곧장 서울로 돌아가기 바빴다.

 

심지어 소속 기관이 세종으로 이전한다면 퇴사할 생각까지 했다. “기관 이전 뉴스가 나온 뒤부터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경력을 살려 서울에서 일할 만한 곳을 찾고 있었죠.” 이번 국밥런에 참가한 이유도 사실상 마라톤 때문이었다. 세종에는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직접 달리고 둘러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 “막상 와보니까 너무 괜찮더라고요. 만약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면 세종으로 가고 싶을 정도로요.”

 

1만명이 내려온다…정주여건 개선될까

 

세 사람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건 공교롭게도 국밥런 나흘 뒤인 지난 13일, 정부가 중앙행정기관 등의 2차 세종 이전 대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등 44개 기관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는 별개여서 양씨가 근무하는 공공기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제 정말 세종으로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 이전 대상은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세종으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 등이 43개, 이주 당시 정원 기준 1만4731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물론 1만명 가까운 공무원이 곧바로 세종시 인구로 늘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는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거나 가족을 서울에 남겨둔 채 혼자 내려올 수도 있다. 반대로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이주한다면 인구 유입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세종에 내려온 뒤에도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일이다.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려왔더라도, 살다 보니 제법 괜찮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허씨처럼 어느새 정이 들거나, 양씨처럼 직접 경험한 뒤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13일 오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세종도 언젠가는 ‘굳이’ 내려올 필요는 없는 도시에서, 한번쯤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100투더세종…16편/투 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