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는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난의 파괴력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기온 상승으로 불안정해진 빙하가 인간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 역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야생동물 서식지 보전,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세계자연기금(WWF) 박민혜 사무총장을 만나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8월 말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 이후 한국WWF가 주목하는 것은 히말라야 지역에 서식하는 눈표범 등 야생동물의 생태 변화다. 대홍수와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감소가 눈표범의 서식지와 먹이 자원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워낙 큰 재난이었던 만큼 한국WWF도 네팔 현지 직접 지원에 나서 인명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 피해 지역의 복구를 도왔다”며 “눈표범 등 야생동물이 이번 재난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빙하는 고산지대에서 일종의 물 저장소 역할을 한다. 빙하가 서서히 녹으면서 주변 식물과 야생동물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하는데, 한꺼번에 붕괴하면 이러한 수분 공급원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현지에서 활동하고 연구해 온 경험에 비춰볼 때 빙하 소실은 고산지대 식생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이곳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먹이와 서식지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WWF가 2021년 발표한 ‘기후변화 1.5도 초과 시 자연의 미래(Feeling the Heat)’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충분히 줄이지 못할 경우 2070년까지 눈표범 서식지의 23%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네팔과 부탄에서는 서식지 감소율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주요 원인은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에 따른 고산지대의 생태계 변화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히말라야 지역에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고도의 상한선인 ‘수목한계선’이 높아지고, 산림이 눈표범의 주요 서식지인 고산 초원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눈표범의 주요 먹잇감이 살아가는 초원 생태계가 축소되고 먹이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
WWF는 기온 상승으로 사람과 가축의 활동 범위가 더 높은 지대로 확장되면 눈표범에 대한 밀렵 등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이 분리된 각각의 문제가 아닌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함께 해결해야 할 하나의 공통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지 못한다면 네팔의 빙하 재난처럼 결국 인간도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회복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대전환과 식량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 관리,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사회 전반의 참여도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2022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전하기로 합의했다. 박 사무총장은 한국도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뿐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생물종을 관찰·기록하고 서식지 보전 활동에 참여하는 문화가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ㅡ최근 네팔에서 빙하와 암석 붕괴로 대홍수가 발생했다. 네팔 산악지대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상 취약종인 눈표범이 서식하고 있는데, 기후변화에 따른 히말라야 생태계 변화는 눈표범 등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WWF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모니터링이다. 기후변화가 눈표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적으로 살펴보는 작업을 시작했다. 빙하는 고산지대에서 물 저장소 역할을 한다. 빙하가 서서히 녹으면서 수분을 공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식물들이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등으로 빙하가 한꺼번에 무너지면 물 저장소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오랜 기간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고 연구해 온 경험에 비춰보면, 물 저장소가 사라질 경우 식물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동물들 역시 서식지와 먹이를 잃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심화할수록 이러한 영향이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모니터링 대상 지역을 확대하면서 관련 영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ㅡWWF는 생물다양성 보전에 있어 최근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이미 ‘긍정적 티핑포인트’를 넘어 가속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를 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지구생명지수(LPI) 때문이다. 척추동물 개체군의 감소 정도를 나타내는 지구생명지수가 처음으로 전년도보다 악화되지 않고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4년 WWF 한국본부 설립 이후 지구생명보고서를 소개해오면서 지수가 전년과 동일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저희는 이 지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살펴보면 ‘에너지 부문’에서 분명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 보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0~20년의 흐름을 보면 재생에너지가 꾸준히 확대돼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에너지 전환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한국 역시 에너지 전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물론 그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이제는 ‘여건 조성’ 단계를 넘어 ‘가속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ㅡ다만 화석연료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화석연료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당시에는 에너지 전환의 흐름이 위축되고, 지구 환경과 자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 그러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흐름이 미국의 정책 방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주정부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캘리포니아주다.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전력의 100%를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법제화했다. 이미 2023년 기준 캘리포니아주 전력 판매량의 67%가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됐고,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ㅡ에너지와 달리 ‘식량’ 부문은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 있어 아직 긍정적 티핑포인트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식량 부문에서 아직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것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식품과 기후변화를 연관 지어 이야기할 때 주로 다루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거나 플라스틱 포장재와 용기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이다. 반면 농업 생산부터 식품산업의 전체 공급망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논의가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팜오일이다. 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팜오일을 대량 생산하려면 대규모 농장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오랑우탄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던 숲을 개간해 농장을 조성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식품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물다양성 훼손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훼손은 최종 소비자가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ㅡ금융의 역할도 중요한데.
“금융 부문의 핵심 문제는 자연 회복에 충분한 자금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을 훼손하는 데 투입되는 자금도 처음부터 훼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기적인 투자 성과를 우선시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자연을 훼손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자연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는 장기적인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자금 유치에 있어 한계가 크다.
이러한 자금의 흐름을 바꾸려면 ‘순환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재활용센터를 건설하는 것이 자연을 위한 투자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폐기물 배출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개별 사업이 아닌 공급망 전체를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
WWF가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이 자연자본에 얼마나 의존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를 공시하고 이를 금융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자본에 대한 위험 관리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ㅡ오는 19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제17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7)이 열린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하는 점은.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하는 의제는 각국의 생물다양성 목표 이행 현황을 처음으로 점검한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2022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하고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수립했다. 이번 총회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진전을 이뤘는지 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ㅡ한국의 목표 달성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2025년 기준 발표된 자료를 보면 자연공존지역(OECM)을 포함한 국내 보전지역 비율은 육상 18%, 해양·연안 2% 수준이다. 2030년까지 3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려면 충분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국립공원 등을 관리하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보전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OECM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중요한 과제다. OECM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개발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활한 지정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이해와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남은 기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보전지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ㅡ재임 기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OECM 확대를 위해 생물종 관찰·기록 등 과학적 조사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시민과학자’ 확대를 해야 한다고 본다. OECM을 지정하기 위해서 그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는 주체는 정부, 시민과학자 모두가 운영할 수 있다. 시민과학자는 WWF 회원, 그린피스 회원 누구나 시민과학자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수목원 등을 방문해 직접 생물종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여건을 마련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WWF의 역할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