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간식이 생각나면 ‘내가 또 배고픈가’ 싶다. 보통 식사량이 부족하거나 활동량이 늘었을 때 허기가 생기지만, 스트레스나 지루함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음식을 찾게 될 수 있다. 흔히 ‘가짜 배고픔’이라고 부르는 감정적 식욕과 몸이 보내는 실제 허기 신호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 서서히 커지는 진짜 허기와 갑자기 찾아오는 가짜 배고픔
실제 배고픔은 대개 식사 후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커진다. 끼니를 거르거나 평소보다 적게 먹었을 때나 활동량이 많았을 때는 더 빨리 느낄 수도 있다. 배가 빈 듯하거나 기운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루하고 외로울 때는 배가 부른데도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달고 짠 간식이 당길 수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분노와 두려움, 피로를 감정적 식사의 원인으로 꼽는다. 음식으로 기분을 달래는 효과는 오래가지 않아 불편한 감정이 다시 생기면 간식을 또 찾을 수 있다.
진짜 허기와 감정적 식욕을 구별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브로콜리 테스트’가 있다. 지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브로콜리뿐이어도 먹고 싶은지 스스로 묻는 것이다. 브로콜리도 먹고 싶다면 실제 허기, 간식만 당긴다면 감정적 식욕일 수 있다.
◆ ‘꼬르륵’ 소리만으로 배고픔 단정 못 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고 꼭 배가 고픈 것은 아니다. 음식물·액체·가스가 위와 장을 통과하면서 소리가 나기도 한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에 따르면 배가 고플 때는 속이 비거나 쓰린 느낌이 들 수 있다.
배에서 소리가 나면 마지막 식사를 언제, 얼마나 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끼니를 거르거나 평소보다 적게 먹고 활동량이 많았다면 실제 허기일 수 있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은 가공식품 위주 식사가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 떨어뜨려 허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6년 국제학술지 ‘Nutrition Research’에 실린 무작위 교차시험에 따르면, 고단백 아침 식사를 한 참가자들은 포만감을 더 크게 느끼고 다음 끼니에서 음식을 덜 먹었다. 연구진은 정상 체중 성인 30명에게 단백질 함량이 높은 달걀 아침 식사와 단백질·식이섬유가 적은 시리얼 아침 식사를 각각 먹게 한 뒤 결과를 비교했다.
◆ 수면 부족·갈증도 식욕에 영향
잠이 부족하면 몸은 음식 섭취로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려 해 허기가 커질 수 있다. 피로가 쌓이면 충동을 조절하기 어려워져 과자나 단 음식처럼 열량이 높은 간식을 더 찾기도 한다. 수면과 식사는 신진대사와 몸의 생체 시계에 영향을 준다. 불면이나 밤샘 근무로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면 식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렙틴은 포만감을 줘 식욕을 억제하고, 그렐린은 허기를 일으켜 식욕을 높이는 호르몬이다. 잠이 부족하면 렙틴과 그렐린의 분비량이 달라져 식욕이 커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생활 리듬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갈증을 허기로 착각할 수도 있다. 식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간식이 당기면 물을 한 컵 마신다. 10~20분 뒤에도 배가 고프고 간식뿐 아니라 다른 음식도 먹고 싶다면 실제 허기일 수 있다.
물로 가짜 배고픔을 달래기 어렵다면 방울토마토나 배처럼 열량 부담이 적은 과일·채소를 먹거나, 달걀·두부처럼 단백질이 든 식품을 조금 먹으면 된다. 불편한 감정이나 지루함 때문에 간식이 당길 때는 산책이나 음악 감상 등 다른 활동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허기·과식 반복되면 진료받아야
무언가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식사 시각과 양, 당시 기분을 적어두면 간식을 찾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를 거르거나 적게 먹은 뒤 배고픔이 커졌다면 끼니를 챙긴다.
허기가 계속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변화, 갈증, 잦은 소변, 피로가 함께 나타나면 당뇨병 등 건강 문제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배가 불러도 과식하는 일이 반복되고 먹는 양을 조절하기 어렵다면 폭식장애 등 섭식 문제와 관련됐을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진이나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해 원인을 확인하고 도움을 받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