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복합상업시설에서 칼부림을 벌인 A(59)씨는 범행 직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하는 법무부 산하 관할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담당 직원과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양손에 흉기를 묶고 여분의 흉기까지 챙긴 점 등을 들어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이날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범행 동기를 조사하기로 했다.
A씨가 지난달에도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법무부의 재범 위험성 평가와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 양손에 흉기 묶고 여분까지…경찰, 계획 범행 무게
14일 법무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양손에 흉기를 쥔 채 흰색 테이프로 묶어 고정한 상태로 홈플러스 인천 구월점이 입점한 상업시설에서 일면식 없는 이용객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점심시간 손님과 종업원이 많던 2층 식당가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건으로 여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7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 심정지 상태였던 20대 여성은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옷만 찢어진 1명을 포함해 피해자를 10명으로 집계했다.
A씨는 시민들이 의자를 던지는 등 막아서면서 제압됐고, 인천 남동경찰서는 A씨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일식 칼을 오른손에는 거꾸로, 왼손에는 똑바로 묶고 여분의 흉기까지 챙긴 점을 고려해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부 목격자는 A씨가 메고 있던 가방에서 10여점의 흉기를 봤다고 전했지만, 경찰이 A씨의 배낭 등에서 추가로 확인한 것은 둔기 1점과 흉기 1점이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5만원권 40여장, 200만원이 넘는 현금을 흘린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상인은 “남성의 가방에서 돈다발이 떨어졌고, 추후 경찰이 확보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현금이 피해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 마약류 간이검사 음성…프로파일러 3명 투입
범행 직후 A씨의 소지품에서는 다량의 약물이 발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약물을 복용한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약물이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는지 전문기관에 정밀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남동경찰서는 A씨를 상대로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인천경찰청 소속뿐 아니라 다른 지방청의 프로파일러까지 지원받아 A씨의 범행 동기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 상담·면담·점심 마치고 1시간여 만에
법무부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외부 전문가에게 중독 상담을 받았다. 이어 오전 11시20분부터 35분간 보호관찰관과 면담하며 정신질환 치료약 복약 여부를 검사받았다.
그는 약을 먹은 것으로 판정된 뒤 낮 12시30분까지 이 보호관찰관과 점심을 함께했다고 한다. 이후 상업시설로 이동해 흉기난동을 벌였다. 식사를 마친 지 1시간여 만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A씨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식사 때까지만 해도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자장치 훼손이나 준수사항 위반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 2029년까지 전자발찌…한 달 전엔 흉기 소지로 입건
A씨는 과거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2019년부터 전자감독을 받아 오는 2029년 2월까지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하는 상태였다.
지난달에도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발찌를 찬 채 2021년 1∼5월 네 차례 외출 제한 시간을 어겨 재판에 넘겨졌고, 202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범행 직전까지 전자감독 담당 직원과 직접 만난 데다 흉기 소지 입건 전력까지 있는 만큼, 보호관찰소가 이 전력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는지와 별도의 감독 강화 조치를 취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지난달 입건 사실을 보호관찰소에 통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전날 입장문을 내 사과하고, 전자감독 지도·감독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 제도 개선과 보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이 대통령,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 점검 지시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인천 대형마트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묻지마 범죄가 최소화하도록 예방 조치에 힘쓰겠다”며 “우범자 특히 정신 질환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박찬대 인천시장의 글을 공유, “박 시장님 수고하셨다. 직접 피해자는 물론 불안하실 인천 시민분들을 잘 챙겨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인천경찰청을 방문해 유승렬 인천경찰청장으로부터 사건 경위와 수사 상황, 피해자 상태 등을 보고받고 “강력범죄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피해자 치료·회복 및 신변 보호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X에서도 “무고한 시민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는 국민의 생명과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위험을 사전에 찾아내고,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예방과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전자발찌 착용자를 비롯한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관리·감독과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가해자에 대한 조치, 스마트워치 등 피해자 보호수단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제도의 한계와 현장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