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쟁법 집행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화와 쿠팡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고, 제지·밀가루 담합 사건에서는 경쟁당국과 수사당국의 중복 조사·수사 문제가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와 중대범죄수사청의 공정거래 조직과 인력이 크게 늘어나면서 법 집행의 적정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법 집행 역량의 강화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조직과 인력의 확대가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행정학자인 파킨슨은 업무량과 관계없이 관료조직이 스스로 확대되는 경향을 지적했다. 이른바 ‘파킨슨의 법칙’이다. 조직이 커지면 늘어난 인력과 예산을 정당화하기 위해 새로운 업무와 성과를 만들어내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조직 확대가 업무 증가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이다.
경쟁법 집행도 예외가 아니다. 공정위와 중수청의 조직과 인력이 동시에 확대되면 조사와 수사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기관 간 실적 경쟁이나 중복 조사·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업무량에 맞춰 조직이 커져야지, 확대된 조직에 맞춰 조사와 수사를 늘려서는 곤란하다. 동일한 기업과 행위에 여러 기관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중수청의 수사뿐 아니라 공정위의 조사도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불필요한 조사와 수사는 기업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국가의 행정비용도 증가시킨다. 기업이 조사 대응에 투입하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 역시 생산과 혁신에 사용될 자원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이다. 한정된 국가 자원을 꼭 필요한 사건에 집중하는 것 역시 법 집행기관의 책무다.
법 집행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위법행위를 놓치는 과소집행과 위법하지 않은 행위까지 제재하는 과잉집행이다. 형사사법이 무죄 추정 원칙을 두고 유죄 인정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법언도 국가의 잘못된 처벌을 경계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경쟁법에서도 과소집행으로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치하면 경쟁질서와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 그러나 과잉집행의 비용도 적지 않다. 정상적인 가격정책이나 혁신적인 영업전략이 위법으로 오인돼 시장에서 사라지면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도 피해를 입는다. 다른 기업들까지 제재를 우려해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는 위축효과도 생긴다. 과잉집행이 오히려 경쟁을 위축시키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경쟁법에서 당연위법의 적용 대상이 축소되고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진 효과를 함께 살피는 합리의 원칙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백한 위법행위는 엄정하게 제재하되 경제적 효과가 복합적인 행위까지 쉽게 위법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조직과 권한이 커질수록 법 집행의 절제는 더욱 중요하다. 조사 건수나 과징금 액수, 기소 건수를 성과로 삼기보다 실질적인 경쟁질서 개선과 소비자 편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기관 간 중복 조사·수사를 줄이고 광범위한 그물식 조사보다 혐의와 필요성에 맞춘 ‘핀셋 조사’가 필요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행사되는 공권력일수록 더욱 절제되어야 한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강한 법 집행이 아니라 정확하고 절제된 법 집행이다.
김형배 법무법인 율촌 고문 연세대 법무·경제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