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조정은 단순한 일정이나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전례 없는 반격작전 훈련 생략은 유사시 한·미 양국 군이 실제로 함께 싸울 능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와 직결된다. 이번 조정을 미국의 단기적 국내 정치 이해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란과의 분쟁과 중간선거 등 미국의 상황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대북정책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중심으로 한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유지라는 전략적 고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훈련 조정 역시 외교적 공간을 탐색하기 위한 유연한 조치의 하나로 볼 여지가 있다. 그 진위는 앞으로 북·미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의도를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대는 북한 비핵화이지만 워싱턴의 시선은 다를 수 있어서다. 미국은 북한·러시아·중국·이란 간 군사적 협력을 보다 큰 전략적 문제로 보고, 이들 국가 간 결속을 억제하고 견제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활용하는 전략적 목적과 한국이 기대하는 결과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주목할 것은 트럼프식 동맹관이다. 미국은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을 넘어 더 큰 역할과 자체 방위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동맹의 가치를 부정한다기보다 비용 대비 기여도를 중시하는 접근이다. 한·미 동맹도 예외일 수 없다.
훈련 규모 축소가 곧바로 동맹 약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정이 반복돼 핵심 작전절차와 연합지휘체계의 숙달도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 연합훈련은 전쟁 수행 능력을 검증하고 북한의 오판을 억제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조정이 북한에 한·미의 대응 의지와 연합방위태세 약화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어서는 안 된다. 훈련의 총량은 조정할 수 있어도 연합작전의 질적 실효성까지 낮아져서는 안 된다.
한편,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깎아내리면서도 최고지도부 간 관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긍정적 신호일 수 있다. 물론 이를 비핵화 협상 재개의 신호로 성급히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자신이 협상의 우위에 있다고 판단해 일방적 양보를 크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관여는 필요하다. 그러나 목표와 결과는 명확해야 한다. 국방 분야에서 우리 측의 양보가 요구된다면 북한 측의 상응조치 또한 뒤따라야 한다. 대화의 공간은 열어두되 북한의 선전전에 휘말리거나 일방적으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 억제와 태세 강화를 병행하는 ‘힘을 통한 평화’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남북관계 역시 상호주의에 기반해 발전할 수 있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대응 기조는 분명하다. 훈련 규모에 변동이 있더라도 연합지휘·통제체계와 상호운용성에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 실기동·지휘소 훈련과 첨단 시뮬레이션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양적 감소를 보완하고, 한국형 3축 체계의 조기 완성에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 북·미 대화의 공간은 열어두되, 그것이 안보태세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한·미 연합훈련 조정은 단순한 일정표의 변화가 아니다. 미국의 대북 전략, 글로벌 안보 지형의 변화, 동맹관의 전환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의 의도를 추측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실효성을 지켜낼 주도적 역량이다. 더 강한 동맹을 원한다면 우리 스스로 더 강한 안보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국군의 철저한 자강이야말로 흔들림 없는 한·미 동맹을 지탱하는 길이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