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들엔 표정이 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표정 또한 드러나게 마련이다.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한 모든 행위라고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정치(政治)의 모든 상황엔 표정들이 있다.
이미 엎질러진 정치의 단편에서 한 장면을 고른다. 솔직히 A컷은 아니다. 단편을 대표할 수 없는 B컷의 짤막한 이야기를 해본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14일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수사 역량 확보와 함께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인사말에서 “중수청이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게 하겠다”며 “‘수사-기소 분리’로 출범한 중수청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사법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 일상을 보호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범죄 등 중대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기관이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담당하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수사는 중수청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기소는 공소청이 맡도록 역할을 분리한 것이 핵심이다. 수사와 기소 권한을 나눠 권한 집중을 방지하고 수사 과정에 대한 견제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 후보자는 중수청이 풀어야 할 과제로 인권 보호와 전문적 수사 역량 확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충실한 보완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제시했다. 초대 청장으로서 새 조직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중수청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형사사법개혁의 새로운 원칙을 확고히 정착시킬 수 있도록 모든 역량과 열정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청문회 전부터 이어져 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친윤 검사일 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그 자리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사 시절 행적 등을 근거로 초대 중수청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이날 당 유튜브 방송 ‘민티 07’에서 추 지사의 발언과 관련해 “각자의 처지와 역할에 맞게 정확하게 하는 것,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청문회장 밖에서도 이어지면서 중수청의 독립성과 초대 청장의 자격을 둘러싼 정치권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초대 청장의 역할은 단순히 조직을 이끄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 수사기관의 운영 원칙과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체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사 공백을 막으면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 역시 선언만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어떻게 수사하고 처리하는지를 통해 확인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 기간에 인사청문회가 열린 전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을 맡을 중수청 초대 청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약속한 김지용 후보자가 이끌 중수청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