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수요?거래 억제책인 토허구역 확대 지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6·27 금융규제를 시작으로 9·7 공급대책, 10·15 대책 등 7차례 부동산 관련 방침을 발표했다. 28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놓고도 ‘두더지 잡기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정부의 한계를 의식한 듯, 10·15 대책에서는 토허구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지정과 대출 규제를 한꺼번에 동원해 집값을 단번에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8월3일 꺼내든 최후의 카드인 보유세 개편안은 현재 국회 심의를 앞둔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로는 공급 부족이 초래한 집값 상승 압력을 잠재우기는커녕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을 자극해 규제를 피해 집을 사려는 수요를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주택 시장에선 지난 수십년간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14일 세계일보가 서울을 강남, 한강벨트(마포), 강북, 서남, 서북, 동남권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 ‘대장’ 아파트 매매·전세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강력한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고 하락 전환은 금리 인상 등 경제 여건 악화와 맞물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최근 조정 흐름이 나타난 강남권 역삼래미안아파트는 2005년 입주 후 노무현정부의 규제에도 상승세를 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6억원대로 매매가가 꺾였다. 이후 2013년까지 정체기를 보내다가 2014년 7억원대, 2016년 9억원대로 올랐고 2017년 12억원, 2018년 15억원대로 튀어올랐다. 2017년 문재인정부가 다주택자의 시장 참여를 사실상 제한한 8·2 대책을 발표하며 투기 수요 차단에 나섰음에도 이듬해 가격 상승세는 이어졌다. 시장 불안에 자극받은 무주택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에 뛰어들면서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 대세로 자리 잡은 주택 보유 전략이 ‘똘똘한 한 채’였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며 ‘세제 칼’까지 휘둘렀지만 역삼래미안아파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2021년 21억원이란 고점을 찍었다. 대출을 조여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하고 보유 부담을 높이는 등 수요 억제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한 셈이다.
해당 아파트의 하락 시점은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한 2022년으로 20억원에서 이듬해 19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2024년 22억원으로 다시 상승한 뒤 2025년 11월에는 현 정부의 6·27 금융규제, 10·15 대책 시행에도 29억원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가였다. 현재 27억원대로 내려왔으나 문재인정부 때 고점(21억원)보다 28.6%나 오른 상태다.
서울 마포구 ‘공덕삼성래미안 3차’ 아파트와 성북구 ‘길음뉴타운4단지 e편한세상’, 구로구 ‘신도림 동아1차아파트’, 서대문구 ‘DMC래미안클라시스’,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도 지난 20년간 같은 흐름을 보였다. ‘공덕삼성래미안 3차’ 아파트의 경우 이전 고점인 2021년 15억원에서 현재 20억원으로 실거래 가격이 33.3%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15 대책 시행 후 약 1년간(2025년 10월20일~2026년 10월5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균 9.96% 상승한 가운데 성북구 15.65%, 노원구 14.63%, 송파구 12.39%, 성동구 12.23%, 강북구 11.86%, 도봉구 11.74%, 강동구는 11.64% 올랐다. 현 정부의 규제 위주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서민 주거 수요가 높은 중저가 지역의 집값이 더 들썩이며 주거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강남·한강벨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에선 토허구역을 행정동 단위로 선별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토허구역을 해제하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된 지역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규제보다 해제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토허구역 연장 여부에 대해 “현재 상황으로 보면 토허제에 대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