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기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광현 국세청장을 발탁한 것은 정책 집행력을 앞세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정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정 전반을 총괄하며 정무적 조정에 무게를 뒀던 강훈식 초대 비서실장에서 실무와 성과 관리에 강점이 있는 경제관료 출신으로의 교체다. 다만 강 전 실장이 인사검증 실패에 책임지고 물러난 만큼 임 신임 실장에게는 인사시스템 쇄신이라는 무거운 과제도 주어졌다. 본인 역시 배우자와 처남을 둘러싼 인사 논란이 제기됐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사 공정성에 대한 신뢰 회복도 시험대에 올랐다.
◆경제·정책 중심 재편… 성과로 쌓은 신임
이번 인선에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을 정책 수립에서 실행과 성과 창출로 옮기겠다는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의 틀을 잡고 당정 관계를 조율하는 데 강 전 실장이 역할을 했다면, 임 실장에게는 국정과제의 실행력을 높이는 역할이 기대된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을 정책실장으로 승진 기용한 데 이어 비서실장까지 경제·정책 전문가로 채우면서 청와대 핵심 참모진도 재편됐다.
임 실장 발탁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임명 전날인 13일 국무회의에서 국정감사 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임 당시 국세청장을 찾으며 “오늘 표창하려고 했다. 국세청이 요새 매우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박수를 보냈다. 앞서 국세청은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체납세금 3938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징수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확보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임 실장과 국세청 직원들의 성과를 치하하며 포상을 언급했고, 9일에도 “이런 공직자들이 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24년 이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세 분야 영입인재로 정치에 입문한 임 실장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의 민생·경제 노선에 맞춰 상속세 공제 확대 등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직장인 세 부담 완화를 논의하는 ‘월급방위대’ 간사로도 활동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임 실장을 초대 국세청장으로 발탁했다.
행정고시 38회 출신인 임 실장은 국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다. 참여정부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과 부산지방국세청 세원분석국장 등 조사·정보분석·감찰 업무도 경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에 대해 “실제로 업무 역량을 입증하신 분”이라며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실행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쇄신 과제…가족 인사 논란 부담
새 비서실장의 첫 과제는 인사 쇄신이다. 강 전 실장은 법무부·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잇따른 낙마로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자 지난달 21일 사의를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장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만큼 후보자 추천·검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국세청에서 쌓은 정보분석과 조직관리 경험을 인사시스템 개선에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임 실장 가족을 둘러싼 인사 공정성 논란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처남인 이승엽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대통령 지명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됐다가 고사했다. 당시 임 실장의 국세청장 후보 지명도 같은 날 발표됐다.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이 변호사가 임 실장의 민주당 영입과 국세청장 발탁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 실장은 조세 전문가로 추천받은 것이며 처남의 영향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배우자 이경은씨도 올해 3월 주휴스턴 총영사에 임명돼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오랜 공직 경력과 국제업무 경험을 들어 적격 인사라고 설명했다. 부당한 인사 개입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정무적 조정 능력도 검증 대상이다. 임 실장은 국회의원 경력이 1년 남짓으로, 3선 의원 출신인 강 전 실장과 비교하면 정치 경험이 짧다. 청와대 조직을 장악하면서 당정 관계와 대야 소통까지 조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국정감사 도중 비서실장을 교체한 것을 두고 “명백한 국감 방해”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임 실장이 국회의원으로 일한 1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세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며 부동산과 한·미관계 등 국정 현안을 풀어갈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