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남정훈 기자]“5위인데 우리가 유리하다고요? 산수를 더 하셔야...”
LG와 두산의 2026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열린 14일 서울 잠실구장. 4위인 LG는 2경기에서 최소 1무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반면 5위인 두산은 2경기를 모두 잡아야만 윗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두산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올 시즌 11승7패 평균자책점 2.24(1위) 탈삼진 197개(1위)로 현시점 KBO리그 선발투수 ‘1황’이라 불리는 곽빈이 1차전에서 나서기 때문이다. 2차전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자원도 14승5패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한 2년차 ‘투심볼러’ 최민석에 대체 외인으로 KBO리그에 입성해 9승7패 2.31을 기록한 웨스 벤자민도 있다. 선발 싸움에서 앞서는 두산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올 시즌 두산 사령탑에 오르며 현장에 복귀한 김원형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감독되고 처음이다. 이것도 가을야구 중 하나니까 설레기도 하고, 올 시즌 우리 선수들 참 고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 입장에서는 내일이 없으니 오늘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마음이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5위지만 더 유리하다는 평가에 대해 김 감독은 “숫자 공부를 다시 하셔야 아닌가요?”라며 반문한 뒤 “근데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두산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 같다. 올 시즌 곽빈이라는 투수는 너무나 좋은 투구를 보여줬고, 아시암게임에서도 압도적인 공을 던졌다. 그럼에도 4위팀이 1승을 안고 있다. 우리가 유리하진 않다. 그냥 팀 분위기가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답했다.
이날 김 감독은 박찬호(유격수)-안재석(3루수)-세베리노(1루수)-양의지(지명타자)-김민석(좌익수)-강승호(2루수)-정수빈(중견수)-윤준호(포수)-조수행(우익수) 순으로 타선을 짰다. 양의지가 지명타자로 나오는 이유에 대해 “(곽)빈이는 올 시즌 의지와 거의 호흡을 맞추지 않았다. 그래서 준호를 선발 출장시켰다”라고 설명했다.
2년차인 올 시즌 타율 0.302 16홈런 61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의 중심으로 올라선 박준순은 허벅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준순이 때문에 엔트리 제출 직전까지 고민했다. 그러나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뛰는게 아직은 정상적으로 100%는커녕 50%라는 소견이라 어쩔 수 없었다”라면서 “준플레이오프 올라가면 뛸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놓으라고 했다”라고 답했다.
곽빈에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2024시즌에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했던 두산은 1차전 선발로 곽빈을 냈지만, 1회에만 피안타 5개를 맞고 4실점하며 조기강판했다. 그런 만큼 곽빈으로선 이날 경기에 더욱 의지가 불타오를 법 하다. 김 감독은 “그건 지난 일이다. 올 시즌엔 확연히 다른 선수가 됐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결승이라는 큰 경기를 치르고 왔다. 그 경기에서 던진 게 오늘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큰 경기에서 약한 모습은 빈이 머릿 속에 없을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올해를 끝으로 철거되는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 두산의 마지막 더비로 치러진다. 여기에서 이기는 팀이 잠실구장을 더 오랫동안 쓰게 된다. 김 감독은 “이렇게 매치업이 성사된 게 신기하다. LG가 3위를 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었나. 결국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오늘 승리로 선수들이 고생한 것을 보답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LG 선발로 나서는 카를로스 카라스코의 KBO리그 데뷔전 상대가 두산이었다. 지난 8월1일 선발 등판한 카라스코는 7이닝 동안 안타, 볼넷 허용 없이 탈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아냈다. 김 감독은 “카라스코의 첫 등판이 우리 아니었다. 7이닝 퍼펙트를 당했는데, 그때 분위기와 지금은 다르다. 카라스코도 오늘이 중요한 경기란 걸 알아서 잘 던지겠지만, 우리 야수들이 시즌 막판에 감이 올라왔다. 잘 해줄 것이라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