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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곡물가 상승에 사료값 ‘불똥’… 밥상물가 위태롭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축산농가, 치솟는 생산비에 시름

배합사료 평균 가격 33개월 만에 최고
1㎏당 648원… 원료 80% 해외서 의존
9월 국제 곡물가 17%↑ 밀·옥수수 급등

개전 후 육계·삼겹살 값 10% 넘게 뛰어
우크라전 초기에도 한우 사료비 26% ↑
“국내 생산 확충·수입선 다변화 병행을”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배합사료 평균 가격이 3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합사료는 옥수수와 소맥 등 각종 곡물을 섞어 만드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원료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취약한 구조다. 사료비가 축산물 사육비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 상승이 축산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키우고, 결국 소비자가격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소재한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 방목지에서 한우가 뛰어놀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소재한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 방목지에서 한우가 뛰어놀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중동전쟁 여파’ 배합사료값 33개월 만에 최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월별 배합사료(공장도) 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배합사료 1kg당 평균 가격은 648원으로 2023년 11월(652원)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부터 610원대 안팎을 유지하던 배합사료 가격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흑해 지역의 물류 차질과 미국·브라질의 옥수수 공급 여건 악화에 더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운송 불확실성이 곡물시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9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122.8로 전월보다 5.1% 상승해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7.2% 높은 수준이다. 국제 밀 가격은 전월 대비 6.3% 상승해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옥수수 가격은 5.6% 올라 3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국내 축산농가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 사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나타났다. 2022년 1월 140.6이던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2월에 발발한 러우전쟁으로 3월 170.1로 21.0% 상승했다.

당시 3월 국제 밀 가격은 전월보다 19.7%, 옥수수는 19.1% 급등했다. 이 영향을 받은 국내 배합사료 가격은 2022년 2월까지 570원대를 유지하다가 반년 만에 21.7% 올라 700원대를 넘어섰고, 2024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국내 한우 한 마리당 사료비는 러우전쟁 이전인 2021년 348만3796원에서 2023년 437만6618원으로 2년간 25.6% 올랐다. 같은 기간 비육돈 한 마리당 사료비는 19만1456원에서 23만8468원으로 24.6%, 육계 10마리당 사료비는 1만2216원에서 1만4580원으로 19.4% 증가했다.

◆사료 80% 수입 의존… 식탁물가 상승으로

국내 사료 가격이 국제 곡물시장 변동에 취약한 것은 사료 원료의 높은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한국사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료 원료 사용량 2138만t 가운데 수입 원료는 1696만t으로 79.3%를 차지했다. 농식품부 사료 수급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사료곡물 사용량 1187만2000t 가운데 수입산이 1116만1000t으로 94.0%다. 옥수수는 사용량 916만7000t 전량을 수입했다.

사료비는 축산농가의 사육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육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육계(고기용 닭) 55.7%, 비육돈(고기용 돼지) 51.0%, 한우 비육우(고기용 한우) 39.5%로, 세 축종 모두 사육비 항목 중 가장 높았다. 사료 가격이 상승하면 축산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사료업체의 원가 부담을 거쳐 축산농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러우전쟁 당시 사료비가 2023년까지 상승했던 것처럼 국제 원자재 가격 충격이 국내 생산비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러우전쟁 당시 생산 주기가 짧은 육계 가격은 2022년 2월까지 1kg당 5000원 중반대를 유지하다가 4월 15.0% 상승해 6000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2월 5938원이던 육계 가격은 중동전쟁 이후인 4월 6582원으로 10.8% 올랐다. 삼겹살도 2022년 3월 100g당 2314원에서 6월 2912원으로 25.8%, 올해 3월 2601원에서 6월 2882원으로 10.8% 상승했다.

한우 안심(1+등급) 100g당 가격은 올해 3월 1만5179원에서 9월 1만7057원으로 12.4% 올랐다. 한우 가격은 2022년 러우전쟁 당시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다. 2020년부터 한우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사육 규모가 늘었고, 이 물량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돼 가격 상승 압력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 곡물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사료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와 국내 생산기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국제 곡물가격뿐 아니라 환율과 운송비 상승도 국내 사료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글로벌 식량 공급망 분석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하면 국내 사료가격은 5.7%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가격이 10% 상승하면 축우가격은 6.3%, 가금은 5.7%, 낙농은 5.3%, 양돈은 5.1%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축산물 가공 단계에서도 도축육 가격은 4.2%, 가금육은 3.0%, 낙농품은 1.3%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 변동이 축산농가의 생산비 부담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황윤재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생산기반을 확보해 공급 충격을 완화하고, 해외 조달 기반 강화와 수입선 다변화, 상시적인 위험 관리체계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