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 전용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도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 좌회전만 가능한 차로에 들어섰거나 신호대기 중이라는 이유로 깜빡이를 꺼도 되는 예외 규정은 없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좌회전한 사실이 확인되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3만원 또는 과태료 4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15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방향지시등 미사용을 비롯한 기초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지난 8~9월 홍보·계도 기간을 거쳐 단속을 강화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10월부터 방향지시등 미사용에 대한 처벌이 새로 시작됐다는 주장이 퍼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방향전환 시 신호 의무는 1961년 도로교통법 제정 때부터 있었고, 범칙금은 1973년부터 부과됐다. 이번 조치는 기존 법규에 따른 단속을 강화한 것이다.
◆ 좌회전 전용차로도 예외 없어…신호대기 중 계속 켜야
도로교통법 제38조는 운전자가 좌회전·우회전·유턴하거나 진로를 변경할 때 방향지시기 등을 이용해 진행 방향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호는 해당 동작이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좌회전 전용차로에 들어섰더라도 운전자는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 경찰은 좌·우회전 전용차로에서 주행하거나 신호를 기다릴 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은 없다며 정해진 지점부터 방향지시등을 켜고 회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지점부터 신호를 보내고 회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향지시등을 켜는 시점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일반도로에서는 회전하거나 진로를 변경하려는 지점에 이르기 30m 이상 전부터, 고속도로에서는 100m 이상 전부터 신호를 보내야 한다. 좌회전할 때는 교차로 가장자리가 기준이다.
예를 들어 좌회전 전용차로에 진입한 운전자는 교차로에 도착하기 전에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 이후 적색 신호에 걸려 정차하더라도 방향지시등을 유지하고 좌회전을 마친 뒤 꺼야 한다. 회전 직전에 잠깐 켜는 것으로는 법에서 정한 신호 시점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현장 적발 3만원, 블랙박스 신고는 4만원
방향지시등 미사용에 대한 처분은 단속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경찰관이 현장에서 위반 운전자를 확인하면 승용차와 승합차에는 범칙금 3만원, 이륜차에는 2만원이 부과된다.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한 공익신고로 위반 사실이 확인되고 차량 소유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에는 승용차·승합차 4만원, 이륜차 3만원이 적용된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의 방향지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사진 한 장만으로 과태료 부과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도로교통법 제160조 제3항은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위반 사실이 입증될 것을 요구한다.
방향지시등은 켜진 상태에서도 점등과 소등을 반복하는 만큼, 한순간을 찍은 사진만으로는 실제 미사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공익신고 역시 접수됐다고 모두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방향지시등 미사용 공익신고의 과태료 부과율은 60%대 수준이다.
신고 규모는 상당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방향지시등 미사용으로 접수된 공익신고는 149만7280건이었다. 같은 기간 경찰관의 현장 단속으로 부과된 범칙금은 10만4131건, 납부액은 약 29억2087만원으로 집계됐다.
◆차량 4대 중 1대꼴로 좌회전 때 깜빡이 안 켜
방향지시등 사용률은 다른 교통법규 준수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5년 교통문화지수 조사에서 교차로 좌회전 시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약 75.7%였다. 조사 대상 차량 4대 중 약 1대가 좌회전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다는 의미다.
2024년에도 점등률은 75%대에 머물렀다. 운전자들의 방향지시등 사용 습관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안전띠 착용률은 약 85.4%, 신호 준수율은 약 96.7%였다.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두 항목보다 낮았다.
운전자들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이유로는 주변에 차량이 없거나 지정차로를 따라 주행하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꼽힌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운전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주변 차량이 없거나 멀리 있어서’라는 응답이 40.0%로 가장 많았다. ‘신호나 지정차로에 따라 주행 중이어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4.3%, '귀찮아서'라는 응답은 15.1%였다.
하지만 주변에 차량이 없거나 좌회전 전용차로라는 이유만으로 방향지시등 사용 의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회전교차로에서도 방향지시등을 사용해야 한다. 진입할 때는 왼쪽, 빠져나갈 때는 오른쪽 방향지시등으로 진행 방향을 알려야 한다.
◆벌점 10점 신설 추진…현재는 기존 규정 적용
경찰청은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벌점 10점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입법예고를 마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방향전환·진로변경 시 신호 불이행 등에 벌점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방향지시등 미사용에 대한 벌점 10점은 시행 전 단계다. 이달부터 진행 중인 집중단속에는 기존 범칙금과 과태료 규정이 적용된다.
경찰은 벌점 신설 규정의 시행 시점을 이르면 2027년 중순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행일은 시행규칙 개정 절차가 마무리돼야 확정된다.
방향지시등은 운전자가 어디로 움직일지 뒤따르는 차량과 보행자에게 미리 알리는 신호다. 좌회전 전용차로에 있더라도 다른 운전자가 차량의 진행 방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정해진 시점부터 신호를 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