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양성 징병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난 12일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정부는 현재 여성 징병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여성 군 복무 확대를 위한 점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 병무청장 “지금은 검토 안 해…2040년 이후 대비 공감대부터”
홍소영 병무청장은 지난 12일 대전 병무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성 징병제 검토 여부를 묻는 질의에 “병무청과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지금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홍 청장은 “인구가 급감하는 시기, 특히 2040년도 이후에 대해서는 병역 이행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지금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징병제를 갑자기 도입하는 것보다 지금 국방부나 병무청에서는 여성 간부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영하 “이제는 여성 징병제를 테이블에 올려야”
이날 국정감사에서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의 공통점은 여성까지 징집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여성 징병제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의 군 복무를 위해서는 군부대 개편 등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이것을 테이블에 올려서 검토할 시간이 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3년∼5년 정도 유예 기간을 두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여성 징병에 대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준비 기간도 제시했다. 홍 청장은 유 의원의 지적에 “말씀에 일부 동의한다”고 답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양성 징병이라는 옵션을 검토하지 않으면 전투력이나 국익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지한 검토를 요구했다.
◆ 20세 남성 병역자원, 2043년엔 12만명 수준
두 의원이 우려한 것은 군에 들어올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속도다. 유 의원이 국감에서 제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세 남성 기준 가용 병역자원은 2019년 33만2000명에서 2022년 25만7000명으로 3년 새 7만5000명 줄었다. 2035년에는 22만8000명, 2043년에는 12만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병력은 이미 목표에 못 미친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지난해 8월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상비병력은 2019년 56만3000명에서 지난해 7월1일 기준 45만명으로 줄었다. 국방부는 당시 목표인 50만명보다 5만명가량 부족하다고 밝혔다.
◆ 정부 해법은 ‘여군 간부 확대’…간부 비율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홍 청장이 언급한 여성 간부 확대는 국방부가 추진해 온 방향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반기 기준 간부 가운데 여군 비율은 11.5%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늘었다. 국방부는 이 비율을 2027년까지 15.3%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국방부는 현역병과 간부의 비율을 현재 60대 40에서 2040년 37대 63 수준으로 바꿔 전체 국방 인력 약 50만명을 유지하는 구상도 내놨다. 유 의원은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간부 비율을 높인다고 전체 인력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 여성 징집하는 네 나라…덴마크는 1년 반 앞당겼다
유 의원이 예로 든 네 나라 가운데 이스라엘은 건국 이듬해인 1949년 제정한 병역법에 따라 여성도 징집해 왔다.
노르웨이는 2013년 6월 의회가 성별 구분 없는 징병제 도입을 의결했다. 1997년 이후 태어난 여성부터 병역 의무를 지게 됐고, 첫 여성 징집병은 2016년 여름 입대했다.
스웨덴은 2010년 징병을 멈췄다가 안보 환경이 나빠지자 2017년 3월 다시 가동하기로 하면서 남녀를 함께 대상으로 삼았다. 같은 해 7월부터 징병검사를, 2018년 1월부터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로 돌렸다.
가장 최근 제도를 바꾼 곳은 덴마크다. 지난해 7월1일 시행된 개정 병역법에 따라 이날 이후 만 18세가 되는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징병검사 성격의 ‘국방의 날’에 나와 추첨 번호를 뽑는다. 지원자가 모자라면 이 번호에 따라 강제 소집될 수 있고, 복무 조건도 남성과 같다.
덴마크는 당초 2027년 1월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보 상황이 달라졌다며 시행을 1년 반 앞당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