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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받을 ‘가능성’에 연금 절반 깎았다…나머지 받기까지 최장 64개월

산업재해 보상금을 받을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국민연금공단이 유족연금·장애연금을 절반만 지급했다가, 산재 불승인 등으로 중복수급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나머지를 뒤늦게 준 사례가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2238건으로 집계됐다. 남은 절반을 받기까지 최장 64개월이 걸렸다. 공단은 14일 국정감사에서 이런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절반만 받고 기다린 시간, 평균 1년 넘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유족연금·장애연금 우선중복급여 조정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유족연금과 장애연금을 절반만 지급한 사례는 모두 7322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복수급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나머지 연금을 뒤늦게 받은 사례는 유족연금 1909건, 장애연금 329건이었다. 나머지를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유족연금이 평균 13.7개월, 장애연금이 평균 14.4개월이었고 최장 소요 기간은 각각 64개월과 61개월에 달했다.

 

뒤늦게 지급된 금액은 유족연금 65억6300만원, 장애연금 28억1000만원으로 모두 93억7300만원이었다.

 

◆ 이사장 “환수 가능성 줄이려던 운영이 문제였다”

 

이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중복수급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급여 조정은 필요하지만, 향후 환수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행정상 우려만으로 연금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재보상금을 받을 가능성만으로 연금을 깎는 방식이 수급권자의 생활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김성주 공단 이사장은 “국회에서 연금 환수를 철저히 하라는 지적을 반복적으로 받으면서 환수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해 온 것이 문제였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먼저 전액 지급한 뒤 산재보상금 수급이 확정되면 근로복지공단과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해 수급권자가 환수금을 직접 돌려줘야 하는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 법은 ‘받을 수 있는 경우’…지침은 ‘가능성’까지 넓혀

 

국민연금법 제113조는 장애연금·유족연금 수급권자가 같은 사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급여·유족급여나 근로기준법상 장해보상·유족보상 등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연금액의 2분의 1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단은 여기에 더해 내부 지침으로 산재보상금 지급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면 연금을 절반만 지급해 왔다. ‘우선중복급여 조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의결서에 실린 공단의 ‘연금의 중복급여의 조정 지침’은 업무상 재해 여부가 명확하든 불명확하든 “환수금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조정 대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6개월마다 재해보상금 수령 여부를 확인하고, 소멸시효가 지나거나 부지급 결정이 나야 미지급분 절반을 추가 지급하는 구조다.

 

권익위에 들어온 민원에는 출근길에 지병으로 숨진 아버지가 산재와 관련이 없는데도 1942년생 어머니가 유족연금의 절반인 9만5000원만 받고 있다는 사례가 있었다. 민원인은 공단에서 산재 신청 기간인 5년이 지나야 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 권익위 “가능성만으로 깎지 말라”…지침 개정 기한은 2027년 9월

 

권익위는 지난 2일 ‘국민연금 중복급여 조정제도 개선방안’을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공단 지침이 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유로 유족연금 등의 수급권을 제한해 수급권자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권고 내용은 △다른 법령에 따라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있거나 업무상 재해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를 중복급여 조정 대상에서 빼고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정보를 ‘승인 단계’가 아닌 ‘신청 단계’부터 공유하며 △연금을 전액 준 뒤 중복급여가 확인되면 환수하는 절차를 지침에 명문화하고 미리 안내하라는 것이다. 지침 개정 기한은 2027년 9월, 두 공단의 전산시스템 개선 기한은 올해 12월이다.

 

이 의원은 “관련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단의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