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뒤 그릇을 깨끗이 닦아내고 따뜻한 물로 수세미를 싹 헹구어 건조대에 올려놓는 행위. 대한민국 수많은 가정이 매일 반복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세제를 풀어 그릇의 기름때를 거둬내고 뜨끈한 물로 수세미에 남은 거품까지 싹 씻어냈으니, 주방 위생이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믿기 십상이다.
하지만 뽀득뽀득 소리가 나는 접시 뒤편에서 일어나는 실상은 대중의 상식을 거침없이 뒤흔든다. 우리가 그릇을 깨끗이 세척한다고 손에 쥐는 수세미와 행주가 역설적이게도 집 안에서 세균이 가장 밀집해 있는 오염의 중심지라는 사실이다.
독일 푸르트방겐 대학교 연구팀이 주방에서 실제 사용 중인 수세미들을 수거해 유전자 분석(주요 미생물 RNA 분석)을 진행한 결과는 상식과 달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자매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이 연구에 따르면, 수세미 1cm³당 발견된 세균의 수가 무려 500억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변기 물내림 손잡이나 화장실 문고리에서 발견되는 세균 농도의 수백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연구진은 수세미 내부에서 발견된 미생물종만 362종에 달하며, 그중에는 식중독이나 면역력 저하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같은 병원성 균주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대부분 수세미에 잔여 세제가 남아있고 뜨거운 물로 매번 헹궈내기 때문에 세균이 살기 어려울 것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미국 미생물학회(ASM) 연구에 따르면, 수세미 내부의 미세한 스폰지 구조와 섬유 조직은 음식물 미세 찌꺼기와 습기를 머금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설거지를 마친 뒤 따뜻한 물로 헹구는 행위조차 세균에게는 오히려 번식을 촉진하는 최적의 생육 온도(20~40도)를 제공하는 셈이다. 세제 성분이 일시적으로 표면 균을 억제할 수는 있으나, 스폰지 깊숙이 침투한 미생물 생태계는 젖은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폭발적인 증식을 거듭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주방용품의 교체 주기와 건조 상태에 대해 지속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국내 질병관리청 식중독 통계에 따르면 가정을 통한 2차 교차 오염이 전체 식중독 발생 원인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주방 수세미나 행주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장기간 재사용할 경우, 설거지 과정에서 그릇 표면에 2차 교차 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깨끗한 음식을 담아 먹기 위해 닦아낸 그릇 위에 사실상 세균의 포자와 막을 얇게 펴 바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설거지 후 쿰쿰한 냄새가 나는 수세미나 행주는 이미 세균이 위험 수치를 넘어섰다는 신호다. 수세미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걸레 냄새는 모락셀라 균이 대사 과정을 거치며 배출하는 유기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물로 아무리 강하게 빨아 말려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내부에는 이미 수억 마리의 균이 고착화된 미생물 막(바이오필름)을 형성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매일 사용하는 주방 수세미와 행주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순한 헹굼을 넘어선 규칙적인 소독과 엄격한 교체 주기 준수가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첫째, 수세미의 교체 주기는 생각보다 훨씬 짧아야 한다. 겉모양이 멀쩡하고 흠집이 나지 않았더라도, 수세미는 최소 2주에서 1달 사이에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까운 마음에 두세 달씩 알뜰하게 쓰는 습관이 가족 전체의 장 건강과 위생을 위협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재질에 맞는 소독법을 적용해야 한다. 미국 농무부(USDA)의 주방 위생 소독 연구에 따르면 아크릴이나 면 소재 수세미, 행주는 100도 이상의 끓는 물에 5분 이상 삶거나 물에 젖은 상태에서 전자레인지에 1~2분간 가열하면 내부 세균의 99.9% 이상을 사멸시킬 수 있다.
다만, 스폰지형 수세미(노란색 스폰지와 초록색 수세미가 결합된 형태)나 미세 플라스틱 합성 수세미는 열에 녹거나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으므로 전자레인지 가열을 피해야 한다. 이런 재질은 희석한 베이킹소다나 식초 물에 담가 소독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셋째, 소독보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바싹 말리는 건조 과정이다. 세균은 습기가 없는 환경에서 번식력을 잃는다. 설거지를 끝낸 수세미는 물기를 최대한 강하게 짜낸 뒤, 통풍이 잘되고 햇빛이 드는 곳에 매달아 내부까지 바짝 말라야 한다. 물기가 축축하게 고인 개수대 안이나 용기 밑바닥에 수세미를 그대로 방치하는 습관은 세균에게 거대한 삼림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넷째, 용도별 수세미 분리 사용이다. 기름기가 많은 팬이나 고기 핏물이 묻은 용기를 닦는 수세미와 일반 컵이나 밥그릇을 닦는 용도를 구분해야 한다. 한 개의 수세미로 모든 식기를 다 닦아내면 기름때와 고기 단백질 잔여물이 수세미 깊숙이 박혀 세균의 영양분 역할을 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이물질을 씻어내는 데만 몰두했던 주방의 일상. 매일 손에 쥐는 작은 수세미 하나를 어떻게 다루고 관리하느냐가 우리 집 식탁의 안전과 위생의 격을 결정짓는 가장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