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스토킹 잠정조치와 가정폭력에 따른 분리 조치에도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전북 전주에서 발생하면서 스토킹·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인천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50대 남성이 불특정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이 다치는 사건 발생 이후 강력범죄 전력이 있거나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감독·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A(70대)씨를 긴급체포해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3일 전주시 덕진구의 한 공동주택에서 아내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뒤 집안 벽면에 붉은 글씨로 자신의 주장을 적고 차량을 이용해 전북과 충남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체포되기 전 음독을 시도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4일 오후 5시쯤 공동주택 입구에 혈흔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숨진 B씨를 발견했다. 이후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추적에 나섰고, 신고 접수 약 3시간40분 만인 오후 8시40분쯤 충남 서천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범행이 지난 13일 오후 6시쯤 이뤄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A씨가 법원의 스토킹 잠정조치 1∼3호를 모두 받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잠정조치 1호는 스토킹 행위 중단을 경고하는 서면 경고, 2호는 피해자와 가족 주변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화·문자메시지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다. A씨는 아내와 분리된 상태였지만, 잠정조치를 어기고 집을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에도 부부 사이에서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는 등 폭력 문제가 반복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보호 수단이 충분히 작동했는지도 논란이다. 경찰은 B씨에게 지급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본인의 동의가 없어 제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만, 반복적인 폭력과 스토킹 위험이 확인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충분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발생한 인천 흉기 난동 사건도 강력범죄자 관리의 허점을 되짚게 한다. 지난 13일 오후 1시40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상업시설 식당가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50대 남성이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이 다친 사건 이후 전자발찌 착용 등이 범죄를 막는데 실효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사건 당일 인천경찰청을 찾아 수사 상황과 피해자 상태 등을 보고받고, 무고한 시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일상을 위협하는 강력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예방·대응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두 사건은 범죄 유형과 관리 제도가 다르지만, 위험 신호가 포착된 뒤 실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호·감독 체계가 작동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공통된 과제를 남긴다. 스토킹 잠정조치가 내려져도 가해자가 접근을 시도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지, 전자감독 대상자의 재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피해자가 스마트워치 등 보호 수단을 이용하지 않을 때 대체 방안은 마련돼 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계획범죄 여부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