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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깬 벽 [이지영의 K컬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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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과 함께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음악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귀를 기울였고, 지금도 음악이 없는 시간이 드물다. 그럼에도 콘서트에 직접 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쉽게 지치는 체력 탓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연장에 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요즘 대형 공연의 티켓값은 20만원 안팎으로 음반 한 장과는 차원이 다른 결심이 필요하다. 해외 공연의 경우엔 비행기와 숙박과 식비를 더해야 하고, 공연 한 번이 웬만한 여행 예산이 된다. 그러니 누군가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공연장 앞에 선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그것은 결심이고, 신뢰이고, 몸으로 하는 맹세다.

 

지난달 30일 빌보드가 발표한 공연 박스스코어에 역사가 기록됐다. BTS의 월드투어 ‘아리랑’은 현재 48회 기준으로 공연 누적 티켓 매출 5억달러를 돌파했다. 빌보드 역사상 단일 투어로 이 기록을 넘어선 것은 스무 건이 채 되지 않는다. 그룹 단위로는 역대 일곱 번째이다. 롤링스톤스, U2, 브루스 스프링스틴, 콜드플레이, 메탈리카, 건즈 앤 로지스가 그들이고, 이 이름들 속에는 반세기 동안 서구 록 음악이 글로벌 라이브 시장을 지배해 온 역사가 있다. 팝 그룹이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은 BTS가 처음이다. 물론 이 숫자를 물가상승률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스트리밍 위주의 시대에 사람들로 하여금 몸을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BTS가 총 88회의 투어를 완주할 경우 최종 누적 매출이 10억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빌보드는 전망했다. 10억달러 투어 클럽에는 현재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콜드플레이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BTS가 입성하면 네 번째다. 스트리밍은 클릭이지만 공연은 몸이다. 록 밴드가 반세기 동안 이 시장을 독점해 온 것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호텔을 잡고, 시차를 견디며 찾아가게 만드는 힘 때문이었다. BTS가 깬 것은 그저 차트 기록이 아니라 바로 그 힘의 벽이다.

 

투어 이름이 ‘아리랑’이라는 것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일제강점기에 금지됐고, 이민자들이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불렀으며, 남북이 국제 행사에서 함께 부른 그 노래. 그 이름으로 일산에서 출발한 투어가 유럽과 북미, 남미를 거치며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신뢰는 구체적 공간 속에서 몸으로 표현된다. 그 몸들이 아리랑을 향했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