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가지고 있던 것을 버렸다
버리면서 새로 가진 저 색깔들
변심의 증거라 해도 좋을까
아이 머리카락이 노랗게 바뀔 때
그도 숲의 핵심에 다가가는 것이라 해두자
변신과 변심을 핵심으로 두기에는
숲의 색은 더 난해해졌지만
한 잎이 다른 한 잎에게 색을 건넬 때
물수제비처럼 가볍게 뛰어 건너거나
빗물처럼 굴러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지
오산과 오판이 우연히 정답을 찍어 내듯
숲과 숲의 전염은
노랑머리 아이의 새하얀 자의식처럼
확신에 찬 규칙이 없다
핵심에서 멀어져 가는 것들의 아침처럼
산비둘기 한 마리가
숲의 뒤쪽부터 읽느라 푸드덕거린다
한쪽을 버린 것들이 터지는 중이다
다 놓아야 한다면
차라리 한꺼번에
터져라!
-시집 ‘내일의 유리 예보’(타이피스트) 수록
●천수호
△1964년 경북 경산.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등 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