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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한강’이 보이면 위험하다

“지역구에서 한강이 손톱만큼이라도 보이면 다음 총선이 위험하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에서 농담처럼 나오는 말이다. 2028년 총선에서 집값과 세금에 민감한 ‘한강벨트’를 넘어 서울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여권의 위기감이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은 서울 48석 중 11석. 부동산에 예민해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했던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하면 도봉·마포·동작 등 일부 지역에서 후보 경쟁력이 힘을 발휘했을 뿐, 서울은 사실상 민주당 우위가 굳어진 지 오래다. 2000년 이후 보수정당이 서울 과반을 차지한 것은 2008년뿐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정부에 대한 기대와 뉴타운·재개발 공약을 앞세워 40석을 휩쓸었다. 그 외에는 민주당이 압승하며 ‘서울=민주당’ 공식이 굳어졌다.

김희정 정치부 기자
김희정 정치부 기자

그랬던 민주당의 서울이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부동산이다. 집값 문제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의 핵심 부정평가 요인으로 계속 지목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자신감에도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88주 연속 올라 문재인정부 당시 최장 상승 기록을 넘어섰다. 세제 개편 역시 증세로 받아들여지면서 민심에 부담을 더했다. 같은 기간 한국갤럽 조사의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전국 37%, 서울에서는 31%에 그쳤다.

 

‘한강이 손톱만큼이라도’라는 말에는 한강벨트를 넘어 서울의 더 넓은 지역으로 민심 이반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실제 한강변을 포함하는 서울 지역구는 19곳에 이른다.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지만 부동산과 중도층 민심에 민감한 중·성동, 영등포, 강동과 마포, 동작 등이 특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총선에서도 영등포을의 승부는 1135표, 중·성동을은 2767표, 강동갑은 3302표로 갈렸다.

 

민주당의 서울 위기가 오직 부동산 문제 때문일까. 아니라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공소취소’, ‘여권 갈등’, ‘잇따른 인사 논란’ 등이 모두 부담이 되고 있다. ‘용혜인·김승원 낙마’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내심 “아쉽다”는 말까지 나왔다. 인사 논란이 더 길어졌다면 정부·여당 지지율이 더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민심의 경고에도 여권은 자신들의 정치 현안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2024년 총선을 끝으로 떠났던 여의도에 2년여 만에 국회 출입기자로 돌아왔다. 총선까지는 1년 반가량 남았지만, 여의도의 총선 시계는 훨씬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출마를 준비하는 원외 인사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미 지역 활동에 들어갔다. 계엄·탄핵·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에 기댄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했지만,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차기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기대감은 국민의힘의 변화보다 여권의 실책이 키운 기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몰락을 가장 가까이서 봤다. 친윤(친윤석열) 정치가 정점이던 시기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윤석열·한동훈 갈등은 22대 총선 참패의 예고편이었다. 중도층을 잡지 못하고 민심 경고를 외면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윤석열정부의 실패가 보여줬다. ‘한강이 보이면 위험하다’는 말이 끝내 농담으로 남을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 달려 있다. 상대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상대에게 다시 기대를 품게 만든다면, 그 자체가 이미 민심의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