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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올해는 유엔이 지정한 ‘세계 자원봉사의 해’이다. 2001년 이후 25년 만에 재지정됐다. 작년 국내에서 이뤄진 자원봉사 활동은 5953만시간으로 경제적 가치(평균 임금 환산 기준)로 따지면 약 1조6276억원에 달한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1365 자원봉사 포털’에 등록한 인원은 1580만9567명으로, 전체 인구의 30.9%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자원봉사에 참여한 인원은 220만2264명으로, 등록 인원 대비 활동률은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한 13.9%다. 참여 횟수를 반영한 연인원은 1834만4299명으로 5.8% 늘었다. 하루 평균 5만258명이 돌봄·교육, 환경보호, 재난안전, 고립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곳곳에서 봉사하고 있는 셈이다.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에서 국내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 예인 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기름 약 1만2547㎘가 유출됐다. 이 소식에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름처럼 몰리면서 하루 6만명이 넘은 날도 있었다. 2008년 6월까지 무려 123만명이 참여했는데, 사고 복구 기록물은 2022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될 정도였다.

당시 피해 복구를 위해 설립된 단체들에 기금 2800억여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반환하라는 판결이 최근 나왔다. 이들 단체는 삼성중공업이 기부한 발전기금 2900억원을 재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 공익사업을 하기로 합의해놓고도 20년 가까이 되도록 누적 집행액은 배분금의 8%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집행액의 60%가량은 임직원 월급 등 운영비로 썼고, 출장비 부당 집행까지 드러났다.

태안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은 바위와 자갈에 달라붙은 기름을 악착같이 닦아냈고, 흡착포로 해안에 퍼진 기름을 걷어내려고 구슬땀을 흘렸다. 오염으로 생계를 포기한 이웃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열망에서였다. 그러나 이제 태안은 인구 6만명마저 붕괴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전락했다. 오염 사고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가는데도 피해복구 단체들은 내부 갈등으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도울 수 없었다고 변명만 늘어놓는다.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