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정보 공조 불협화음에 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인식 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싱크탱크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우리 중 누구도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며 전작권 조기 전환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 정부의 연내 전작권 전환 목표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자칫 북한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만큼 한·미 간 소통을 통해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브런슨 사령관 발언은 2015년 전작권 전환 조건 합의 때와 달리 한반도 안보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가 안보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전작권 전환이 새로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짜인 시간표에 맞춰 무리하게 진행되는 건 누가 봐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안보 위협을 차단할 최고의 조건에서 전작권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일리가 있다.
현재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북·러 군사협력은 새로운 단계로 올라섰다. 북·중도 12년 만의 신압록강대교 정식 개통이 상징하듯이 밀월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러는 한반도 주변에서 연합군사활동을 강화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북한은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이용해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다. 핵전력을 제외하고 북한에 앞선다고 평가받던 국군의 군사력과 전시 작전능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문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전작권 환수로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자주국방의 꿈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일 당장에라도 전작권을 환수해도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해왔다. 전작권 전환을 안보적 관점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의 실현을 선전하려는 치적물로 여기는 듯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니 국방부 대변인이 사견(私見)이라면서도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국가 존립과 국민의 안전 수호가 아니라 전작권 전환이 지상 목표라는 말로 들리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자신감 하나로 전작권 조기 전환이라는 섣부른 도박에 나설 게 아니다. 한·미 균열을 서둘러 수습해 국가 안보에 빈틈이 없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