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속도를 제한하고 군사 공유 정보를 끊으면서 ‘우크라이나 흔들기’에 나섰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유가 안정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막기 위해 인터넷과 군사 정보 제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행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정유시설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기술고문역으로 활동하는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우는 텔레그램을 통해 “스타링크의 군용 서비스인 ‘스타실드’에 시속 100마일(약 시속 160㎞)의 속도 제한이 걸려 있음을 확인했다”며 “우리 군은 이런 제한 조치에 대해 어떤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여러 작전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스타실드는 시속 290㎞ 이상까지 연결이 가능했으나, 일정 속도를 넘기면 접속이 끊기는 문제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공격을 위한 드론 등에 미국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스타실드 단말기를 탑재해 이용해 왔다. 일반 통신망과 달리 스타링크를 사용하면 러시아군의 해킹 등 교란을 피할 수 있고, 폭발 직전까지 실시간으로 영상을 연결할 수 있다.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는 차량, 전선의 장병들에게 식량과 식수를 공급하는 드론, 장거리 비행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하는 무인 공격기 등이 예외 없이 모두 스타실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스타링크 제한 이후 러시아군 보급로와 진지를 목표로 하는 중거리 드론과 고정익 드론 공격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은 “(스타링크 속도 제한으로) 우크라이나가 전선 후방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대부분의 드론을 사실상 무력화시켰고, 키이우를 폭격하는 러시아 드론을 막는 방공 시스템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미 행정부의 ‘경고성 조치’라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탄도미사일 정보 공유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끊긴 데 이어, 스타링크 속도 제한까지 일어난 것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미국 NBC방송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가 우연의 일치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도 스타실드 관련 사안은 미국 정부와 군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엑스(X)에 “스타실드 시스템은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통제한다”며 “속도·사용에 대한 모든 제한은 미국 군 당국과, 최종적으로는 미국 대통령(POTUS)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그간 우크라이나에 에너지 휴전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해 왔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아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에서 만난 이후부터 의견차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하는지 집중 추궁하면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WSJ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뉴욕 회담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공습 중단을 6차례 요청했다고 전했다. CNN은 “스타링크 연결 속도 저하와 탄도미사일 경보 부재는 (미국의) 이 같은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탄도미사일 정보 및 스타링크 서비스 제한에 분노를 표했다. 그는 스타링크 서비스 장애가 기술적인 결함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유시설 공격 금지는 해제됐다. 이제 끝났다”면서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