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활동을 잠시 중단한다고 밝힌 피겨스케이팅 선수 차준환이 곧바로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대한민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를 써온 그는 약 17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와 시트콤 주연을 맡는다. 빙판 위에서 찬란한 순간을 장식했던 차준환이 카메라 앞에선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 선수 활동 중단 선언 이틀 만에… 시트콤 ‘궁전랜드’로 드라마 복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은 14일 차준환이 주연을 맡은 시트콤 ‘궁전랜드’를 내년 공개한다고 밝혔다. ‘궁전랜드’는 화려한 놀이공원 이면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차준환은 놀이공원의 신입 캐스트 성대한 역을 맡는다.
차준환의 배우 복귀 소식은 선수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전해졌다. 지난 12일 차준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며 “오랜 고민 끝에 이번 시즌에는 국가대표 활동과 대회 출전을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청과의 계약 역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차준환은 초청받았던 2026-202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인 컵 오브 차이나와 6차 대회 NHK 트로피에도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선수 생활 은퇴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국가대표 활동과 대회 출전을 중단한 배경이나 향후 선수 생활 지속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연기 위해 잡았던 스케이트…한국 남자 피겨 역사 썼다
아역배우 출신인 차준환의 드라마 복귀는 약 17년 만이다. 2005년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7년 오리온 초코파이 광고로 큰 주목을 받았다. 차준환은 MBC 드라마 ‘기적’(2006년)과 ‘돌아온 일지매’(2009년)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왔으나 2009년 KBS 2TV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를 끝으로 연기 활동을 멈췄었다.
차준환이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계기는 연기였다. 원래 연기 폭을 넓히기 위해 발레 등 다양한 예체능을 접했고 스케이팅 역시 그 과정 중 하나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그는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치열한 과정을 거쳤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부상 여파로 2차 선발전까지 28점 뒤처졌지만, 마지막 3차 선발전에서 30점을 만회하며 최종 2점 차 역전에 성공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후 빙판 위에서 차준환이 걸어온 길은 성장의 연속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15위, 베이징 동계올림픽 5위를 거치며 기량을 갈고닦은 그는 202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 우승,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에 이어 2025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며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는 동메달과 0.98점 차로 4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남자 피겨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를 새로 썼다.
◆ “부상 안고 간다”…차준환이 버텨낸 빙판 위의 시간
화려한 영광 뒤에는 피할 수 없는 부상의 시련이 따랐다. 반복된 낙상으로 골반에 물이 차는가 하면 스케이트 부츠에 쓸리는 복사뼈 부근에 조직이 생겨 신경을 건드렸다. 특히 점프 착지에 쓰이는 발목 부위여서 선수 생활 내내 극심한 고비였다. 통증을 견디기 위해 복용한 진통제는 너무 강해 연습 도중 구토 증세까지 보이기도 했다. 잇따른 부상 여파로 주요 국제대회 출전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이와 같은 부상은 슬럼프로 다가왔으나 그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지난해 3월 JTBC 예능 ‘아는 형님’에서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방송인 강호동의 질문에 차준환은 “부상을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계속 출전하며 부딪쳤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은퇴 후 배우 도전해 보고 싶다”…차준환의 한계 없는 도전
차준환은 지난 4월 연예기획사 판타지오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앞서 그는 “아역배우를 하다가 전향을 한 케이스라 (연기를) 다 못 해본 것 같다”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은퇴 후 배우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이력과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 쌓아온 역량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아이스쇼 ‘나 혼자만 레벨업 온 아이스’ 재연에서 주인공 성진우 역을 맡은 차준환은 화려한 스케이팅 기술과 함께 노래와 연기까지 소화했다. 여기에 스케이팅 안무 작업에도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차준환은 지난 9월 공개된 ‘J-팝 리메이크 프로젝트’ 네 번째 음원 가수 로이킴의 ‘스파클(Sparkle)’ 뮤직비디오에 남자주인공으로도 출연했다. 배우 서수민과 호흡을 맞춰 풋풋한 로맨스 연기를 소화해낸 그는 빙판을 떠난 카메라 앞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