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고등학생들이 학교폭력 처분 기록 없이 졸업해 국립대학교에 진학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당국의 심의 지연으로 가해 학생들이 아무런 입시 불이익을 받지 않은 채 상급 학교에 진학하면서, 학교폭력 대응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은 지난해 5월 경기 안양시의 한 음악 연습실에서 발생했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남학생 2명은 동급생인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현장 폐쇄회로(CCTV), 압수된 휴대전화 분석 등을 통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올해 1월 이들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에 대한 행정적 징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측은 지난해 6월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뒤 관할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개최를 요청했다. 하지만 학폭위는 신고 후 5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에야 처음 열렸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다.
이후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 검찰로 송치됐음에도 재심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지연됐다. 결국 관할 교육지원청은 피의자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해 피신고인 신분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이로 인해 두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학교폭력 관련 처분이 전혀 남지 않게 됐다.
학교폭력 기재 사항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가해 학생들은 202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어떠한 감점이나 제재도 받지 않았다. 이들은 올해 각각 서울과 지방 소재 국립대학교에 입학했으며, 가해자 중 1명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한예종 총장을 상대로 가해 학생의 입학 사실을 지적하며 학칙에 따른 후속 조치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학칙과 규정에 의한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라고 답변했다.
교육지원청 측은 피의자와 피해자 간 주장이 대립해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경찰의 검찰 송치 시점과 졸업식 간격이 짧아 절차를 진행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범죄 혐의를 받는 가해자가 행정 절차 지연을 틈타 제재 없이 진학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학폭위 심의 기한 준수 및 졸업생에 대한 사후 조치 마련 등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