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56)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월드컵 지분 매각 시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유럽 축구계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 인판티노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평의회 회의에서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 구상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FFE는 월드컵 등 FIFA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전담하는 회사로, 인판티노 회장은 이 회사 지분 일부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려 했다. FFE의 규모는 42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의 동생인 조슈아 쿠슈너가 이끄는 투자자들이 지분 20% 이상을 갖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유럽 축구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자 인판티노 회장은 이 계획을 철회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3시간30분 동안 이어진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서지 않았다. 대신 FIFA가 공개한 영상 성명을 통해 “먼저 FFE 프로젝트와 관련한 소통과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저지른 실수, 그리고 그로 인해 빚어진 많은 결과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하지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그것이 제안이었을 뿐, 결코 확정된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인판티노 회장의 사과에도 유럽 축구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FFE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해온 유럽 축구계 대표자들은 끝내 문서를 내놓지 않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레드카드 출전 정지 징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유예된 경위를 설명하지 않은 점도 불만을 키웠다.
37명으로 구성된 FIFA 평의회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몫 위원 8명 중 1명인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독일축구협회(DFB) 회장은 “만족스러운 답변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그는 “우선 개혁이 필요하다. 그건 사실이고 모두가 안다”며 “낡은 행정과 거버넌스 전체가 개혁돼야 한다. 하지만 인판티노와 함께라면 그게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한 내 생각이다. 그래서 완전한 재시작, 정치적 재시작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인판티노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FIFA 부회장인 데비 휴이트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도 “숨길 게 없다면 FFE 문서를 우리와 공유해야 한다”며 “인판티노는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답하지 않는다면 FIFA 회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FIFA는 별도 성명을 내고 “FFE의 세부 내용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법적 절차 때문에 기밀로 유지된다”고 해명했다.
UEFA는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UEFA는 인판티노 회장을 스위스에서 형사 고발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려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UEFA는 법원 제출 서류를 통해 인판티노 회장이 FFE 자회사의 가치를 매기는 과정에서 FIFA 재정을 부실하게 관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FIFA 회장 선거는 내년 3월 18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다. 인판티노 회장에 맞설 후보 추천 마감일은 11월 18일이다. 마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축구계가 대항마를 내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