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폭락장을 딛고 반등에 나섰지만 증권가가 제시한 목표주가 대비로는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내년에도 역대급 실적이 예고된 만큼 두 반도체 종목의 최근 주가 급락은 과도한 조정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인공지능(AI) 산업의 신용 위험과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자산 축소 움직임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해 추세적 회복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반등했지만 목표주가엔 ‘절반’ 수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500원(2.62%) 오른 21만5500원에, SK하이닉스는 1만원(0.79%) 상승한 127만2000원에 각각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전장 대비 113.83포인트(2.05%) 오른 5668.05로 마감한 가운데 두 종목도 나란히 오름세를 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증권가의 눈높이와 실제 주가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세달간 22개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49만5227원으로 16일 종가보다 27만9727원(129.80%) 높다. SK하이닉스의 평균 목표주가는 325만7727원으로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이 156.11%(198만5727원)에 달한다.
개별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삼성전자 65만원, SK하이닉스 470만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들어 리포트를 낸 증권사 중에서도 SK증권이 삼성전자 61만원·SK하이닉스 400만원, 메리츠증권이 SK하이닉스 320만원을 각각 제시하며 현 주가 대비 두 배 이상의 상승 여력을 점쳤다.
◆실적 개선에 주가 회복 기대
증권가가 높은 목표주가를 고수하는 데는 내년도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한 내년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05조∼454조원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비우호적 환경을 반영하더라도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모바일 D램 가격 급등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3.3배, 3.0배 수준으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밑돌며 극단적 둔화를 선반영하고 있다”며 “내년 HBM 판가가 올해보다 84% 상승하고 장기공급계약(LTA)으로 이익 지속성이 높아지는 만큼 현시점이 매수 적기”라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도 “2027년 메모리 공급 부족은 명확하며 최근 주가 조정은 장기 이익 전망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달 말 실적 발표에서 구체화할 주주환원 정책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정상화 기대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두 종목의 급락은 이익 창출력 훼손이 아니라 국내 증시의 수급 공백과 위험 회피 심리가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라며 “추가 하락 위험보다 밸류에이션 정상화에 따른 상승 여력이 더 큰 구간”이라고 짚었다. 하나증권 김록호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최소 30조원 이상의 추가 주주환원 재원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 상향과 맞물려 주가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들, 위험자산 축소 전환”
그러나 시장의 불안 심리가 단기간에 걷히기는 어렵다는 경계감도 만만치 않다.
유진투자증권 손인준 연구원은 “가격 상승률 둔화를 업황 정점 신호로 보는 시각과 AI 수요 둔화 우려가 반복되는 만큼 시장의 시선과 실제 업황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종목 모두에 ‘보유’ 의견을 제시하며 가장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 중인 BNK투자증권의 이민희 연구원은 “빅테크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려 신제품의 메모리 탑재 용량을 축소하는 등 수요 모멘텀 둔화가 주가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외 금융기관들은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를 단순한 포지션 조정이 아닌 본격적인 위험자산 축소(디리스킹) 과정으로 보고 있어 수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미국 물가 지표 반등에 따른 금리 인상 경계감으로 AI 산업의 자금조달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펀드들이 위험자산 노출 자체를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AI 데이터센터 업체 코어위브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118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는 등 신용시장 불안이 하이퍼스케일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글로벌 투자 자금이 대형 메모리주에서 연산·네트워킹 분야나 중소형 장비·기판 등으로 이동하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1년 전 4%에서 최근 10%까지 뛰는 등 중국발 공급 확대 우려와 국내 증시의 취약한 수급 여건도 부담 요인이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인 20조∼30조원대로 급감한 데다 국민연금 역시 국내 주식 비중(7월 말 기준 24.9%)이 연말 목표치(20.8%)를 크게 웃돌아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거시경제 지표만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며 “다음주 이어질 메타와 램리서치, IBM,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 발표가 AI 투자 지속성과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의구심을 완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