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25년 10월18일(이하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7전4승제) 4차전이 열렸다. 이날 오타니 쇼헤이에겐 ‘야구의 신’이 강림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오타니는 6이닝 동안 100구를 던져 2피안타 3볼넷만 내주고 탈삼진 10개를 곁들여 밀워키 타선을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타자로도 더없이 완벽했다. 1번 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1회,4회,7회에 솔로포를 터뜨리며 3타수 3안타(3홈런) 1볼넷 3득점 3타점으로 다저스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 야구에서 한 경기에서 100마일 넘는 직구로 상대 타자들로부터 탈삼진을 연신 뺏어내고, 타석에서는 홈런 3개를 뻥뻥 때리는 건 오직 오타니만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밀워키와의 NLCS를 4전 전승으로 끝내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토론토와 7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4승3패로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해냈다.
약 1년이 흐른 2026년 10월16일. 이날도 다저스와 밀워키의 2026 NLCS가 열렸다. 다만 1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1년 전엔 다저스가 3차전까지 모두 이긴 반면, 이번엔 밀워키가 3차전까지 모두 잡고 시리즈 스윕을 앞두고 있었다.
2025 포스트시즌 전체에서 타율 0.265 8홈런 14타점 13득점 OPS 1.096을 기록한 오타니에게 2026년 가을은 악몽 그 자체였다. 정규리그 막판부터 오른쪽 이두근과 왼쪽 부상으로 인한 여파로 타격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오타니는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극악의 타격부진이 이어졌다. NLCS 1,2차전에선 4번타자로 나섰지만, 3차전을 앞두고는 선발 라인업 제외 전망까지 나왔다. 3차전에 실제로 빠지진 않았지만 타순은 6번까지 내려앉았다. 3차전에서 2타수 1안타 1볼넷 1사구로 어느정도 타격감을 회복한 오타니는 4차전에선 가장 익숙한 타순인 1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1년 전 NLCS 4차전에서 3홈런을 때린 것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이번 4차전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오랜 침묵을 깼다. 오타니가 홈런을 때린 건 8월18일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이후 두 달여 만이었다. 오타니의 2회 쓰리런포에 힘입어 다저스는 4-0까지 달아나며 기사회생해 승부를 5차전까지는 끌고 가는 듯 했다. 그간의 타격 부진으로 마음 고생을 너무나 컸던 탓일까. 홈런이 터져나오는 순간, 오타니는 배트를 집어던지고 더그아웃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포효했다.
그러나 밀워키의 저력은 다저스의 예상을 초월했다. 4회부터 추격전을 개시하더니 6회 개럿 미첼의 솔로포로 5-4로 경기를 뒤집었다.
오타니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7회 파헤스의 2루타와 키케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섰다. 희생플라이 하나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오타니는 좌완 애런 애쉬비의 바깥쪽 낮은 코스로 크게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속으며 3구 삼진을 당했다. 사실상 여기에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3연패는 좌절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워키는 9회 데이비드 해밀턴의 쐐기 솔로포로 리드를 6-4로 벌렸고,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애쉬비는 9회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밀워키의 4전 4승 스윕을 완성했다.
오타니는 2회 쓰리런포로 명예회복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7회 결정적인 동점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3연패 도전이 좌절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완패를 인정했다. 그는 “밀워키가 좋은 팀이다. 내 기량이 부족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면서 “올해 경험을 통해 내년에 더 좋은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올해 그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다가 결국에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타니는 내년 투수 복귀 계획에 대해 “물론 내년에도 계속할 것이다. 수술 여부는 비시즌 동안 팀과 검토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를 감쌌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감정을 드러낸 것은 그동안 억눌렸던 분노와 좌절감이 표출된 것이다. 최근 2∼3개월 동안 만들어 낸 타구 중 가장 좋았다”며 “그런 감정을 드러낸 것은 그가 얼마나 승리를 원하고 팀을 아끼는지 보여준다. 그 역시 사람이다”라고 감쌌다. 이어 부상 속에서도 출전을 강행한 오타니를 향해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현재 완전히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100%의 몸 상태가 아님에도 도망치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려 한 그를 깊이 존경한다”면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특정 선수 한 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나는 언제나 오타니를 신뢰한다”고 굳건한 믿음을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