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7개월가량 남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겨냉해 “좀 겸손하게 굴라”고 쓴소리를 했다. 강성 우파 정당인 RN은 마크롱 등 프랑스 기성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극우’ 세력으로 불리며 견제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017, 2022년 두 차례 대선 모두 르펜을 꺾고 당선된 마크롱에게 르펜은 최대의 ‘정적’이 아닐 수 없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이날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났다. 최근 르펜이 “프랑스의 우크라이나 지원 및 EU 기여를 줄이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논평을 요구하는 취재진에게 마크롱은 “유랍 안보를 위협하는 짓”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마크롱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고 자금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유럽의 안보,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 국민의 안전을 저버리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앞서 르펜은 지난 14일 선거 유세 연설 도중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리 정부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고 6개월 안에 완전히 중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프랑스 대선 투표는 오는 2027년 4월(1차)와 5월(결선) 두 차례 실시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에 진출하는 방식인데, 군소 정당이 난립한 프랑스 정치의 특성상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올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르펜이 1차 투표를 가뿐히 통과한다는 전제 아래 누가 결선에 올라 르펜을 상대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마크롱은 ‘르펜’이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다. 다만 “일부 사람들이 이미 (대통령) 직책을 맡기라도 한 것처럼 말할 때 얼마나 겸손함이 부족한가”라는 말로 르펜에게 우회적 비판을 가했다. 대선까지 아직 6개월쯤 남았는데 벌써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굴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마크롱은 르펜을 겨냥해 “프랑스 남녀들이 투표할 때까지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선 2017년과 2022년 두 차례 대선은 모두 마크롱과 르펜이 결선 투표에서 만나 마크롱의 승리로 끝났다. 다만 2017년 66%에 달한 득표율은 2022년 58.5%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르펜의 득표율은 34%(2017년 대선)에서 41.4%(2022년 대선)로 올랐다.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규정하며 3연임을 금지한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에 따라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마크롱은 차기 대선에는 출마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