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부천 공장 화재 합동감식…시너 쓰는 금속 세척 작업장서 발화 추정

금속 세척 중 시너 유증 발화에 무게
방폭 설비 미비 정황
순직 소방관 장례는 경기도청장으로
17일 경기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관계기관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전날 화재로 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17일 경기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관계기관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전날 화재로 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난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인 시너 수십 통이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시너를 쓰는 금속 세척 작업 중 생긴 시너 증기(유증) 등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효성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17일 합동감식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화재가 난 공간을 감식한 결과 시너를 사용하는 작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감식에는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 관계자 2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상 5층짜리 건물 3층에 있는 금속부품 도장공장 내부를 살폈다.

 

김 대장은 “시너가 깡통 수십 개에 보관돼 있었는데 일부는 개방돼 있었고, 일부는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일부는 새것으로 보관돼 있었다”며 “이와 별도로 페인트통도 수백 통이 보관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속 세척장에서 시너를 사용한 작업 흔적을 발견했다”며 “세척통 안에 있는 시너 용액을 회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세척 작업장 1∼2m 옆에 시너…방폭 설비 미비 정황

 

감식팀은 금속을 세척한 뒤 옮기는 과정에서 정전기나 미세한 전기적 방전, 마찰로 인한 불꽃이 일어 시너 증기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대장은 “시너에는 톨루엔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같은 물질이 증발해 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시너는 액체 상태에서도 위험하지만 증기 상태에서도 화재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금속 세척 작업장과 인화성 물질을 보관한 곳 사이의 거리는 1∼2m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장은 “현장이 큰 공장이 아니라 사무실 한 채 정도 규모로 넓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대장은 화재 당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고립된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업체임에도 방폭 장비나 관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이 난 공장은 층마다 다른 업체가 입주한 이른바 ‘아파트식 공장’이다.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은 이력이 없고, 건축면적(362㎡)이 의무 설치 기준에 못 미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33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공장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상과 업무상 실화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고, 숨진 소방관과 관련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를 검토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나온 인화성 물질의 보관이 위법했는지는 소방 당국 특별사법경찰이 따로 수사한다.

 

◆ 작업자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불은 전날 오전 8시38분쯤 이 공장에서 났다. 소방 당국은 오전 9시9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고, 불은 2시간28분 만인 오전 11시6분쯤 완전히 꺼졌다.

 

선착대로 투입됐던 고(故) 김진석 소방위(40대)는 공장 안에서 동료 대원과 함께 고립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가 이날 오전 0시55분쯤 끝내 숨졌다.

 

이 불로 다른 소방대원 1명도 중상을 입었으며, 소방관 4명이 열탈진 증상을 보이고 공장 관계자 2명도 연기흡입으로 이송되는 등 모두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전날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작업자들을 먼저 내보내고 가장 늦게까지 현장에 남아 있다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빠져나오던 소방관이 남은 동료를 구하러 다시 들어갔다가 함께 크게 다쳤다고도 전했다.

 

고인의 장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다. 빈소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오는 19일 엄수될 예정이다. 소방청은 순직 당시 소방장이던 고인을 소방위로 1계급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