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의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며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프로축구 성장위원회’(성장위)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위원 인선의 자격 기준과 후보별 평가자료는 확인되지 않았고, 2027년도 예산 요구안에는 기존 사업이 상당수 포함됐다. 심판 운영을 둘러싼 책임과 권한의 엇박자는 해소되지 않았으며, 경기장 활용 규제를 개선할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뚜렷하지 않다. 프로축구의 체질을 바꾸겠다던 성장위가 인선·예산·제도 개선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문체부와 대한축구협회(KFA),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성장위 위원 인선 과정에서 별도의 자격·평가 기준이나 후보별 점수표, 내부 검토보고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민간 공동위원장 후보로는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이도현 전북 현대 모터스 단장 등이 거론됐다. 민간 공동위원장은 지난 2월 11일 열린 첫 회의에서 위원 간 논의를 거쳐 박문성 해설위원이 선정됐다. 정부 측 공동위원장은 김대현 문체부 제2차관이다.
후보별 평가자료가 없어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검토됐고, 최종 후보가 어떤 근거로 선정됐는지 객관적으로 따지기 어렵다. 인선 과정의 투명성을 뒷받침할 기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성장위 운영 비용은 별도 예산 항목이 아닌 기존 ‘프로스포츠 활성화 연구용역’ 예산에서 집행됐으며, 해당 예산은 위원 수당과 연구용역 비용 등에 사용됐다.
성장위는 지난 3월18일 분과위원장 회의, 4월22일 분과위원회 회의, 5월11일 2차 전체회의, 7월27일 3차 전체회의 등을 진행했다. 문체부는 관련 안건이 논의 중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성장위가 논의한 2027년도 예산 요구액은 총 746억4000만원이다. 세부적으로는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474억원, 유소년 축구 전용시설 180억원, 유소년 저연령 리그 40억원, 경기장 잔디 관리 장비 지원 28억4000만원, 대학축구리그 확대 20억원, 세미프로 축구단 창단 지원 4억원 등이다. 이는 확정된 예산이 아니라 정부에 요구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474억원, 저학년리그 40억원, 대학축구리그 확대 20억원, 실업축구 창단·운영지원 4억원 등 총 538억원은 기존 계속사업이다. 문체부도 이들 사업이 위원회 출범 전부터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의 지속과 확대도 정책 과제가 될 수 있지만, 성장위가 새롭게 도출한 정책과 기존 사업을 구분하고 각각의 성과와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별도로 지원을 검토 중인 사업으로는 심판 통합플랫폼 구축·고도화 5억원, 비디오판독(VAR) 시뮬레이터·M-VAR 1억9000만원 등이 제시됐다. 다만 해당 사업들의 최종 추진 여부와 구체적인 집행 계획은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프로축구 현장의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로 꼽히는 심판 운영 체계도 성장위가 풀어야 할 과제다. 경기 운영에 필요한 심판·VAR 비용은 프로축구연맹이 부담하지만, 심판 자격과 교육, 배정, 평가 등 주요 권한은 축구협회에 있어 비용 부담과 운영 권한이 분리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프로축구 K리그1·2의 심판 운영 관련 세부 비용은 연간 50억2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심판·VAR 경기 수당과 출장비가 27억3800만원, VAR 차량과 장비 운영비가 22억8200만원을 차지한다. 심판 평가 인력 관련 예산 가운데 일부는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축구협회의 심판 육성·교육 예산 집행액은 2020년 14억5400만원, 2021년 10억7800만원, 2022년 11억4000만원, 2023년 15억5600만원, 2024년 15억7700만원, 2025년 16억7500만원이었다. 2026년 예산은 21억5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성장위에서는 영국의 프로경기 심판기구인 PGMOL과 같은 독립기구를 설치하거나 심판과 VAR 운영을 통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권한을 어느 기관에 부여하고 운영 재원을 어떻게 분담할지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제도적 제약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프로 심판 대상 VAR 시뮬레이션·M-VAR 교육, 심판평가위원회 내 비심판 인사 참여 확대, 구단 요청 시 평가 과정 참관 허용, 판정 관련 외부 브리핑 등의 조치를 추진해 왔다. 협회는 성장위와 별개의 심판 운영 과제를 추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위 인적자원 분과와는 판정 신뢰 회복을 위한 자료를 놓고 문체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제출 자료만으로는 해당 협의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경기장 활용 규제 역시 현장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성장위 산업·시설 관련 분과 자료에는 수원삼성의 경기장 시설 투자 계획이 무산된 사례가 담겼다. 삼성전자의 재원 투입 등을 바탕으로 추진하려던 시설 개선이 지방자치단체와 시설관리 재단의 동의를 얻지 못해 중단됐다는 취지다.
경기장 활용은 경기 당일 관중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비경기일에도 시설을 활용해 상업시설이나 행사를 운영하려면 관련 규정과 시설 관리 권한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제출된 회의 자료에서는 지자체 조례와 시설 관리 권한을 어떻게 조정하고 어떤 제도적 보완을 추진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연욱 의원은 “K리그 1000만 관중 시대를 열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문체부 성장위가 기초적인 행정 절차와 규정도 없이 근시안적으로 운영됐으며, 기존 사업을 재탕해 예산을 부풀리는 명분용 조직으로 전락했다”며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핑퐁식 행정, 지자체 규제에 막힌 프로축구의 구조적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보여주기식 성장위가 아닌 투명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