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자신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공식 사과한 배경으로는 갈수록 거세지는 야당의 공세와 여권 내에서도 커진 사과 요구가 꼽힌다. 경기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해당 발언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추 지사는 “전체 맥락을 보면 전혀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며 문제의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김민석 대표는 추 지사가 공개 사과에 나서기 전 직접 추 지사에게 ‘깊은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날 언론 공지에서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 여러분에게 당을 대신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은 앞으로 당 소속 공직자들의 이런 부적절한 발언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깊은 숙의를 거쳐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이용우 대변인과 이날 이주희 원내대변인이 공식 논평으로 사과한 데 이어 김 대표까지 추 지사의 ‘재정 빨대’ 발언을 사과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 상황 수습에 나선 건 여론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추 지사의 발언 자체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에서 나왔으나, 전날 발생한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김진석 소방위가 이날 끝내 숨지면서 해당 발언이 적절했는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추 지사는 국감 도중 지자체의 재정 문제 관련해 국가직인 소방공무원 관련 예산을 언급하면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했다.
야당도 당장 추 지사의 발언을 고리로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소방관의 순직 앞에, 등 돌린 소방관의 눈물 앞에,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가”라며 “그런 인식으로는 소방관 안전도, 국민 안전도 지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참담한 사투의 현장에서 목격된 추 지사의 민낯은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피와 땀을 가리켜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재정을 잡아먹는다’고 매도한 추 지사의 망언은 7만 소방공무원과 국민을 향한 명백한 인격 모독이자 언어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비판이 커지자 공개 사과에 나선 추 지사는 발언의 배경과 맥락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 부천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소방위 빈소를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며 “저도 똑같이 정말 잘 해드리고자 호소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렇게 표현이 나왔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추 지사는 국감 당시 상황을 두고 “그날 경기도 재정 전반에 대한, 재정 비상 선언에 대해서 ‘과연 비상이라 할 수 있느냐’하는 추궁과 질문이 이어졌다”며 “그 끝에 소방에 대한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소방의 국가직화 이후에 여전히 지방 재정으로, 특히 인건비가 경기도의 경우에는 1조1000억원 정도 되는데 정부 지원은 아주 미미하다, 한 800억원밖에 안 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재정 여력이 없는 가운데 가장 힘든 부분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어 “그런 구조적인 재정의 문제를 말씀드리다가 나온 표현상의 실수인 것은 저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소방관직을 국가직화 하는데 저도 (민주당) 당 대표로서 거기에 찬성하고 법안 발의를 했던 사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래 국가직화할 때는 중앙과 지방 소방직의 처우 불균형 문제, 처우 개선을 하기 위함도 그 뜻에 담겨 있었다. 그런데 처우 개선을 용이하게 하려면 권한 이양 못지않게 재정도 이양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야간수당 등이 적체되거나 밀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