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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중 심정지 드물지만 치명적…사전 준비·응급대응 중요

마라톤에서는 완주보다 몸 상태를 우선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마라톤에서는 완주보다 몸 상태를 우선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마라톤 중 심정지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사전 건강 확인과 신속한 응급대응이 중요하다. 충분한 훈련 없이 무리하게 달리거나 심장질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고강도 운동에 나서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마라톤에서는 완주보다 몸 상태를 우선해야 한다. 결승선을 앞두고 있더라도 심장 이상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달리기를 멈추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남성·풀코스서 심정지 발생률 높아…관상동맥질환이 주요 원인

 

미국 에모리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2010∼2023년 미국에서 열린 마라톤과 하프마라톤의 완주 기록 2931만1597건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대회 중 심정지는 176건 발생했다. 완주 기록 10만건당 0.60건으로, 사망 발생률은 10만건당 0.20건이었다. 심정지 환자 176명 가운데 59명은 숨지고 117명은 생존했다.

 

남성의 심정지 발생률은 완주 기록 10만건당 1.12건으로 여성(0.19건)보다 높았다. 풀코스 마라톤은 1.04건으로 하프마라톤(0.47건)보다 발생률이 높았다.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심정지 환자 67명 중 27명(40%)은 관상동맥질환이 원인이었다. 사망자만 보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급성 부정맥성 사망이 가장 많았다.

평소 운동량이 적다면 걷기 등 가벼운 활동부터 시작해 몸 상태에 맞춰 운동 시간과 강도를 서서히 높이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운동량이 적다면 걷기 등 가벼운 활동부터 시작해 몸 상태에 맞춰 운동 시간과 강도를 서서히 높이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 가슴 통증·심한 호흡곤란 나타나면 즉시 달리기 멈춰야

 

미국심장협회(AHA)는 2020년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발표한 성명에서 마라톤과 철인3종경기 등 고강도 지구력 운동의 건강상 이점이 위험보다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분한 훈련을 받지 않았거나 발견되지 않은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격렬한 운동을 하면 심정지와 심근경색, 심방세동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소 운동량이 적다면 걷기 등 가벼운 활동부터 시작해 몸 상태에 맞춰 운동 시간과 강도를 서서히 높이는 것이 좋다. 운동 중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 평소와 다른 심한 호흡곤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나 실신, 심한 두근거림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운동 중 의식을 잃은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원인 불명의 돌연사를 한 사람이 있다면 장거리 대회 참가 전 심장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도 의료진과 운동 강도를 상의할 필요가 있다.

 

발열이나 감염 증상이 있을 때는 무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 중에는 수분 섭취에도 주의해야 한다.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하면 탈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마라톤을 하는 경우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운동 혈압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심장CT 검사로 관상동맥석회화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마라톤을 하는 경우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운동 혈압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심장CT 검사로 관상동맥석회화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심정지 발생 땐 신속한 심폐소생술·AED 사용이 관건

 

마라톤 안전을 위해서는 참가자의 주의뿐 아니라 대회 주최 측의 응급의료체계도 중요하다.

 

세계육상연맹은 장거리 대회 의료교육 자료에서 심정지 발생 시 현장에서 즉시 응급처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을 교육하고, 자동심장충격기(AED)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 곳곳에 AED를 배치하고 장비를 갖춘 자전거 응급대응팀을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연맹은 심정지 후 치료 시작이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 가능성이 약 7%씩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응급대응체계의 중요성은 에모리대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2000∼2009년 미국 마라톤 대회에서 심정지 환자의 사망 비율은 71%였지만, 2010∼2023년에는 34%로 낮아졌다. 심정지 발생률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심정지 발생 후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신속한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을 포함한 응급대응체계 개선이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걷기나 중간 강도의 달리기는 일반 인구의 심장 부정맥 유병률을 감소시키지만, 지구력 운동선수는 심방세동 부정맥 위험이 일반인보다 5배 높다는 연구가 있다”며 “마라톤을 하는 경우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운동 혈압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심장CT 검사로 관상동맥석회화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