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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식품업계 정조준… ‘정보교환 담합’ 꺼내나

부활 ‘재계 저승사자’ 첫 조사대상
가격·생산량 등 합의 입증 없어도
민감 정보 교환으로도 제재 가능
2026년 1월 시중은행 LTV담합에 적용

‘재계 저승사자’가 부활했다는 평가 속에 출범한 공정거래위원회 중점조사기획단이 첫 조사대상으로 식품업계 담합 사건을 선정하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사건에서 처음 적용된 ‘정보교환 담합’ 금지 규정이 이번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모습.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모습. 연합뉴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중점조사기획단은 대상,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20일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사대상에 오른 품목은 김치와 두부, 유지류, 선물세트, 즉석밥류, 장류 등 6개 가공식품이다. 공정위는 업체들이 2018년부터 제품 가격이나 가격 인상 시기, 폭 등을 사전에 협의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체들의 담합 여부를 가릴 핵심 규정으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이 주목받고 있다. 이 규정은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경쟁사 간 가격·생산량 등을 공동으로 결정하기로 한 합의가 별도로 입증되지 않더라도,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하고 그 결과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됐다면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경쟁사 간 연락이나 정보교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성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성과계획서에서도 “정보교환 담합 등 신유형 사건 증가에 따라 시장분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담합에 대한 강도 높은 법 집행을 예고했다.

이 규정은 올해 1월 4대 시중은행의 LTV 담합 사건에 처음 적용됐다. 당시 공정위는 4대 은행들이 물건별 LTV를 재설정할 때 LTV 비율과 조정계획 등의 자료를 공유해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달 초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간의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약 4년간 판매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일부 가격을 합의했다고 판단해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식품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한 대기업은 최근 대형 로펌 주관으로 팀장급 이상 직원을 소집해 정보교환 담합에 대한 개념과 대응방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정보교환 담합 관련 심결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와 연락이나 단순 정보교류만으로도 제재 대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담합의 증거를 잘 남기지 않기 때문에 정보교환 담합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