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 무거운 표정으로 정복을 입은 소방관들의 발길이 한곳으로 향했다. 이틀 전 오정구 내동의 금속 사출 인쇄공장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가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는 무거운 침묵만이 이어졌다.
전날 “나 어떻게 사냐”며 유가족들의 오열과 한탄이 가득했던 것과 달리 간간이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째인 이날 외부 통로에는 수백개 조화가 늘어섰고, 조문을 마친 동료 소방관들은 굳은 얼굴로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고인과 함께 현장을 누볐던 동료들도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눈물을 떨구며 빈소에서 나오던 한 소방관은 “12년차 베테랑으로 누구보다 성실했고, 주위 모두와도 원만하게 지냈던 사람”이라고 고인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취재진에게 “손녀는 아빠와 메뚜기를 같이 잡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며 “사고가 있기 전 ‘내일 채집활동을 하자’고 약속했었다”고 전했다.
빈소에 걸린 김 소방위의 영정 앞 단상에는 전날 정부로부터 추서된 옥조근정훈장, 생전 착용했던 정모, 7살 딸이 고사리손으로 써내려간 편지와 평소 좋아하는 애니매이션 캐릭터 색칠 그림이 놓여 있었다. 김 소방위 딸은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서 “보고 싶은 아빠께”로 시작해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우린 지금 장례식장이예요”라고 적었다. 이어 “전 알아요.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라고 써 내려갔다. 그러면서 “사랑해요. 보고 싶은 아빠. 사랑해요”라고 마쳤다.
글 옆으로는 ‘출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방차 그림이 한켠에 채워졌다.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 딸을 둔 김 소방위와 어린이집 보조교사인 아내는 2주 뒤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려 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내년 3월 입학통지서를 받고 등교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딸은 영문도 모른 채 영정 속 아빠를 마주하고 한동안 참았던 울음을 끝내 터뜨렸다. 고인의 장모는 “사위는 마음이 여리고 착해 늘 솔선수범했다. 특히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다”고 울먹였다.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한 분노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 소방관들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앞서 한국노총·민주노총 소속 소방노조는 추 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소방공무원은 경기도 재정을 갉아먹는 ‘빨대’가 아니라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추 지사는 전국 7만 소방공무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