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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불타는 프랑스와 불안한 독일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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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서 촉발된 시위, 유럽 전역 확산 조짐
獨은 유로권 위험 몰지 않으려 숨죽이며 주시

프랑스가 난리법석이다. 지난 17일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포함한 학생운동, 그리고 ‘노란 조끼’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회운동이 힘을 합쳐 수십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전국 시위를 펼쳤다. 열악한 교육 현실과 사회적 불평등을 잠재우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프랑스는 학생운동이 촉발되기 이전부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올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5%를 넘을 태세이고, 이런 불균형이 코로나19 위기부터 시작해 벌써 5년째다.

적자가 누적되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프랑스의 공공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120%에 육박하면서 미국(124%)이나 이탈리아(137%) 수준으로 다가서고 있다. 모든 빚에는 이자가 따른다. 2020년대 계속 채무가 쌓이면서 이자로 나가는 돈이 프랑스 예산에서 교육이나 국방을 앞질러 제일 큰 항목으로 부상했다. 교육이나 사회부문에 투자할 돈을 준비할 여유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에서 다수를 점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수당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각오로 결단을 내려 필요한 예산을 짤 수 있을 터다. 그러나 지금은 예산 통과 자체가 불확실한 궁지에 몰려 있다. 어떤 방향의 예산이라도 더 많은 지출을 요구하는 사회 세력과 더 강한 긴축을 강요하는 국제 시장을 둘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교육 문제에서 촉발된 사회운동은 프랑스 국경을 넘어 이웃 이탈리아나 벨기에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에서는 “우리도 프랑스처럼 할 것”(Faremo come in Francia)이라는 연대 운동이 번져 나가고 있고, 예산의 긴축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열악했던 벨기에서도 유사한 학생운동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반응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독일의 침묵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노조나 정당을 통한 조직적 움직임에 민첩하지만, 라틴계 국가들처럼 산발적 저항운동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는 편이다. 독일은 또 극우 세력의 부상과 기존 정당의 몰락이라는 심각한 국내 정치 위기를 맞고 있어 이웃의 사정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언론이나 지도층의 차원에서 독일이 프랑스의 난리를 숨죽이고 관찰하는 배경에는 유로라는 공동의 배를 위험에 몰아넣지 않으려는 고민이 숨어있다. 프랑스는 지금 그리스나 이탈리아보다도 더 높은 이자를 줘야 국제 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위기다. 스프레드라 불리는 프랑스와 독일 국채의 이자율 차이는 1%포인트 정도로 최근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만큼 국제 자본의 프랑스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프랑스가 재정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유로권은 과거 그리스나 이탈리아로 인한 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는 유로의 핵심세력이고 둘 중 하나가 빠지게 되면 단일화폐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의 쌍두마차로서 유로라는 최고의 성과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유럽중앙은행이 프랑스의 채무를 책임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베를린의 독일 정부,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이 프랑스 정치사회 갈등의 향방과 그에 따른 재정위기의 전개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배경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