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21대 후반기와 22대 전반기 국회 원 구성 때 외교통일위와 국방위만큼은 고집하지 않고 국민의힘에 넘겼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했던 이유를 “외교·국방은 ‘책임’을 져야 하는 분야여서 야당보다는 집권세력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이뤄진 22대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집권 민주당’은 외통위를 야당에 넘겼다. ‘책임’을 말했던 그 의원은 요즘 민주당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더 이상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최근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벌인 지뢰 공격에 우리 장병들이 발목 절단 등 중경상을 입은 사건 직후 당정의 언행을 접하며 과연 집권세력의 태도가 맞는지 많은 국민이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지난달 22일 국방부 장관은 “우리 것이든 북한 것이든, 누가 매설한 것인지 유실된 것인지 지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뢰 폭발 하루 만이었다. 아무리 조사 전이었다지만 터진 지뢰가 우리 것일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마치 우리 군이 스스로 지뢰를 심어놓은 지역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작전에 나선 무능한 조직인 것처럼 오해받을 여지를 만든 발언이었다.
통일부 장관은 이달 들어서도 “아직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얘기했다. 북한을 ‘조선’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불러주자고 했던 그 사람이다. 누구도 헌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대원칙을 어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출범한 새 정부의 장관이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과 배치될 소지가 있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이다. 북한이 유엔 무대에서 지뢰 공격 책임을 회피하고, 주한미군사령관이 대한민국 영토의 시작점은 ‘철책선 이남’이라고 말할 수 있던 배경엔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 입으로 쌓은 빌드업이 있었다.
집권 여당의 대응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우리 군을 상해할 목적으로 (지뢰를) 심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의 것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우리 군의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하루 만이었다. 우리 군의 작전 수행지역인 MDL 이남에 매설된 북한 지뢰가 우리 군을 노린 게 아니면 대체 누굴 노렸단 말인가.
민주당 지도부는 북한이 ‘국경 요새화’를 추진하며 지뢰를 심은 건 윤석열정부 때부터인데 그때 뭐 했느냐고 따졌다. 그 정부의 실패는 이미 온 국민이 다 안다. 당시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이 감옥에 들어가 있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여당의 ‘망한 정부 탓’은 부질없기 짝이 없다. 우리 국민이 예의주시하는 것은 지뢰 공격을 받은 지금, 정부·여당의 대응 방식이다. 민주당은 뒤늦게 북한을 규탄하고 책임자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대북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그것으로 지난 언행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정권 재창출이든 탈환이든 한 나라의 정권을 이양받는다는 것은 지난 정부의 공과를 모두 안고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정부가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망한 정부 탓을 하면 어쩌자는 건가. 국정의 무한책임은 지금의 집권당과 정부의 몫이다. 오늘의 안보 상황을 전 정부 탓으로 넘기려는 여당의 태도는 아직도 망한 정부에 무슨 미련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